[경제시평-조하현] 중국 경제보복 대처 방안

입력 2017-03-14 17:21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가 날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롯데그룹을 선두로 중국 내 한국 기업에 대한 경제보복 행위에 이어 12일에는 초대형 크루즈선을 타고 제주항에 들어온 중국인 관광객 3400여명이 단체로 하선을 거부하고 돌아가는 사태도 일어났다. 15일부터는 한국행 관광을 전면 중단키로 해 국내 관광 관련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차원의 제재를 넘어 민간에서도 반한(反韓)감정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초등학교에서도 한국 제품 불매운동 구호가 확산되고 있다. 분명히 중국 정부 차원의 제재인데도 민간 부문의 자발적 보이콧이라는 명분으로 경제보복 조치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중국은 과거에도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치 및 외교와 관련한 국익을 관철코자 하는 ‘수표책 외교(chequebook diplomacy)’를 휘두른 사례가 많다. 예컨대 일본과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분쟁이 있었던 2012년 당시 중국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 관광 통제, 희토류 일본 수출 금지 등 전방위적 보복조치를 시행해 일본의 관광 및 교역에 악영향을 끼친 바 있다. 그리고 2010년 노르웨이가 중국의 반체제 인사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에 대한 화풀이로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규제 조치를 내린 적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두 국가 모두 중국발 타격이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출 지역 다변화, 제품 경쟁력 향상, 마케팅 강화 등 의연한 대처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

물론 금번의 사드 배치와 관련된 중국의 보복조치의 배경과 상황이 앞선 사례와는 다른 점이 있다. 우선 각 나라의 안보와 관련된 사안으로 중국의 보복이 단기전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 대외적 리스크로 인해 중국의 경제보복이 더 큰 부담으로 우리 경제에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각으로 볼 때 중국발 위기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25% 이상에 달하는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기업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먼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산업 및 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대중국 수출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동남아, 인도, 남미 등으로의 시장 개척 정보 제공 및 자금 지원을 통해 수출 다각화에 힘써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외교적 스탠스를 확실히 취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 논의가 이뤄지던 초기에 중국에 우리 스탠스를 확실히 보이지 않은 것이 더욱 불을 지피게 되었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정치인들도 거국적으로 협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국과 협상을 시도해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중국이 미온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제무역기구(WTO)에 중국의 부당한 행위를 제소해야 한다.

우리 앞에는 대통령 탄핵 관련 민심을 수습하고 대내외적 경제 위기도 함께 극복해야 하는 막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 의연한 자세로 당면 과제들을 직시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준비해야 한다. 경제력이 곧 외교력이라는 냉엄한 국제관계를 직시해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위기가 오더라도 꿋꿋이 견뎌낼 수 있는 기초체력을 길러야 한다. 힘든 계곡을 건너야 하는 시기에 직면했다. 모든 국민이 단결해 이 고비를 넘어야 한국의 장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