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당선작-심사평] 탄탄한 시의 구조와 함께 높은 영성 잘 나타나

입력 2017-03-15 00:00

누구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자기 나름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그것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자기가 성취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이뤄졌는가는 쉽게 판명되지 않는다. 남과 겨뤄봐야 알 수 있다. 여기에 경쟁의 미덕이 있다. 경쟁의 좋은 광장이 바로 공모 또는 현상모집이다.

국민일보와 한국기독교문화예술총연합회가 공동주최한 ‘제9회 신춘문예 신앙시’ 공모는 신인들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큰 광장이었다. 신앙시 모집 공고 후 전국에서 5000여편의 작품이 쇄도했다. 몇 차례 예심을 거쳐 18편이 본심에 올랐다.

심사위원 이근배 유자효 김소엽 이성교 시인 네 사람이 모여 심사했다. 작품에 반영된 신앙 이야기를 가볍게 논의했고 그것을 밑바탕에 두되 최우선적으로 반영할 것은 아니라고 의견을 모았다. 어디까지나 출품작들의 작품성을 중요시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면서 몇 가지 유의할 점도 정했다. 첫째는 작품의 짜임새 문제이고, 둘째는 표현능력 문제다. 셋째는 주제의식이 선명하게 잘 드러나 있는지, 넷째는 전체적으로 작품이 울림(감동)을 주는지를 살핀다는 것이었다.

본격적인 작품심사에서 모두 좋은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던 게 바로 대상작으로 뽑은 류인채씨의 ‘돋보기’였다. 돋보기라는 작품의 소재 자체가 재밌었다. 작품 전체에 아버지를 사랑하는 효의 마음이 은은히 깔려 있어 읽는 맛도 더했다.

최우수 작품인 전아름씨의 ‘아버지의 장갑’은 대상작과 공교롭게도 주제의식이 비슷했다. 두 편의 우수작품은 모두 시의 높은 경지를 잘 보여줬다.

권병대씨의 ‘물’과 허정진씨의 ‘기도의 연줄’에는 노래하고자 하는 이의 정신이 잘 나타나 있다. 특히 허씨는 신앙의 아름다움을 작품 속에 잘 녹였다.

이성교 시인(심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