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영혼의 강가에 기대어
높은 곳 하늘 끝에 오르는 살진 방패연
덜커덩, 낯선 바람이 연줄에 올라타고 있다
구름의 포를 뜬 창호지 하나
한줄기 미풍에도 바르르 몸을 떨던
문풍지 우는 여린 마음
뼈마디 같은 꽁숫달에 몸을 일으키고
오래된 그리움을 풀어쓰기 한 장방형 연서
어둠 뚫고 새벽길 내려앉은 달빛처럼
둥글게 방구멍 낸 하늘걸음이 가뿐하다
햇살의 결과 겹으로 만든 연실은
한설삭풍에도 웅크려들지 않는
믿음의 푸새 먹인 생명줄
말도, 소리도 없는 미세한 떨림만으로
사지를 돌고 돌아 심장에 이르는 실핏줄처럼
이 끝과 저 끝을 연결하는 기도자의 동선
당기고 풀어내며 멈추는 일 없이
성령의 보금자리에 둥지 튼 연을 지탱하며
결코 놓치지 않는 언약의 끈
허공은 그걸 받아주려고
바지랑대 치켜든 빨랫줄처럼
밑줄 친 말씀 한 구절 팽팽히 잡아당긴다
누군가 위에서 당겨주고 있는 느낌
손안에, 짜릿한
그 응답!
■수상소감 “선교문인 사명감 갖고 정진”
40여년 전 고등학교 때 신앙문예지 편집을 맡아 몇 달을 교회 다락방에서 밤을 지새운 적이 있다. 그때는 등사기로 책을 만들었다. 교인들이 보낸 원고를 한 자 한 자 철필로 원지에 써서 등사기로 밀면 깨알 같은 글자들이 까맣게 박혀 나왔다. 그때의 보람과 감격이 새롭다. 신앙시는 주님의 시를 받아 적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시어를 다듬느라 시간을 손질했을 뿐, 마음 그대로 떨림 그대로 살아있는 주님의 말씀을 정성껏 담았다. 선교문인의 직분과 사명감으로 묵묵히 정진하겠다.
[신앙시 당선작-우수상 허정진] 기도의 연줄
입력 2017-03-1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