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대원들이 온몸으로 불길을 막아가며 시민 5명을 구하고 부상을 입었다. 그중에는 다음 달 결혼을 앞둔 신참 소방관도 있었다. 헌신적인 구조 활동이 알려지면서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13일 서울시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11시쯤 용산구 원효로의 4층짜리 다가구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용산소방서 대원들이 출동했다. 불은 건물 301호에서 시작했지만 대원들이 도착했을 때는 옆집과 위층으로 번지고 있었다.
5명이 건물 안에 있다는 얘기를 들을 소방대원들은 2인1조 2개조로 나눠 건물로 진입했다. 옥상으로 향하는 비상구를 개방하고 4층에 있던 1명을 우선 대피시켰다. 한 조는 3층으로 내려가 연기와 열기 속에 고립된 어린이 2명을 보조마스크를 씌워 구조했다.
김성수(43·소방장) 최길수(34·소방사·사진) 소방관은 어린이 2명을 구조해 내려가던 구조대장으로부터 302호에 아이들의 부모가 남아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곧바로 302호로 들어갔다. 아이들의 부모를 발견해 보조마스크를 씌우고 탈출하려던 순간 벌어진 천장 틈 사이로 301호의 불길이 넘어와 퇴로를 막아버렸다.
두 소방관은 계단으로 탈출하려면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등으로 불길을 막아선 채 창문으로 부모를 탈출시켰다. 이어 최 소방관은 1층으로 뛰어내렸고 김 소방관은 불길을 뚫고 내려왔다. 그 과정에서 김 소방관은 얼굴과 손에 화상을 입었고, 최 소방관은 추락의 여파로 허리(요추)에 부상을 입었다. 특히 최 대원은 지난 1월 입사한 신참으로 다음 달 1일 결혼을 앞두고 있어 동료들을 더 안타깝게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주말 밤 발생한 원효로 주택 화재에서 온몸으로 불길을 막아서다 다친 김성수, 최길수 소방관의 용기와 헌신에 많은 시민들이 감동받고 격려해주시고 있다”며 “소방관들의 용기와 헌신을 기억하겠다”고 격려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이날 오후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을 찾아 입원 중인 두 소방관을 위문하고 쾌유를 기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결혼 3주 앞둔 신참 소방관 불길 뚫고 시민 구조하다 부상
입력 2017-03-13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