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동맹 운명은… 드디어 만나는 트럼프-메르켈

입력 2017-03-13 18:10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첫 정상회담에 세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취임 후 이슈마다 노선을 달리했던 ‘너무나 다른’ 두 정상이 무역 문제를 앞세워 벌일 담판에 긴장감까지 고조된다. 메르켈이 이 자리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12일 독일 언론 슈피겔에 따르면 메르켈은 미·독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국경조정세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한 보호관세이며, 미국 기업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 조치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트럼프는 그간 독일 등 유럽연합(EU)과 미국 사이의 무역 불균형에 불만을 품어왔다. 독일이 유로화 저평가를 이용해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 흑자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자동차 회사에 최대 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메르켈 입장에선 오는 9월 네 번째 연임을 결정할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자국 이익을 강력히 주장할 수밖에 없다.

외교 정책에서도 시각차는 크다. 트럼프는 메르켈에게 “난민을 받아들여 ‘재앙적 실수’를 하게 한” 책임을 돌렸고 EU를 ‘독일을 위한 도구’라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한물간 체계’라 부르며 날을 세웠다. 트럼프가 자국 우선주의를 천명하며 나라의 빗장을 잠근 포퓰리즘의 아이콘이라면 메르켈은 다자 무역을 신봉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 수비수로 불린다.

슈피겔은 메르켈이 이번 회담에서 부드러운 면과 거친 모습을 모두 보이는 ‘이중 전략’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켈은 먼저 미국과 대서양 동맹이 굳건한 관계로 얽혀있음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들고 나올 경우엔 미국을 완전히 봉쇄하기 위해 EU 전면에 나서 회원국을 단결시킬 가능성도 있다.

두 사람의 성향이나 배경, 추구하는 정책은 완전히 다르지만 국익을 위한다면 비교적 쉽게 협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의 백악관 유럽담당국장인 찰스 쿱찬은 “두 사람이 좋은 친구가 될 거라고 보진 않는다”면서도 “협력의 길을 찾는 게 모두에게 전략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