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은 13일 하루 종일 서울 삼성동 사저 2층에 머물렀다.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자신의 대국민 메시지가 불러온 헌재 결정 불복 논란을 부인하거나 해명하지 않았다. 밤새 사저 앞을 지킨 열성 지지자 30여명은 “이제는 여기가 청와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 2층에서 생활하고 있다.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사저에 머물면서 박 전 대통령을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을 청와대 관저 등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인물로 조만간 사표를 제출하고 삼성동 사저에서 생활하거나 출퇴근할 것으로 보인다. 관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식사를 담당했던 70대 요리연구가 김모씨도 합류했다.
사저 1층엔 경호 인력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저 안팎의 경호 인력은 20여명으로 3∼4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이 중 2∼3명이 24시간 사저 내부를 지킨다.
사저 내 외부인 출입은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의 근황은 ‘호위무사’를 자처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을 통해 전해졌다. 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오전 10시쯤 사저를 찾아 1시간20분가량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조 의원은 “생각보다는 차분하게 잘 대응하고 계신 것 같다”면서도 “보일러가 잘 안되는지, 거실이 너무 추워서 많이 힘드신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또 “몸이 안 좋으신 것 같다” “표정이 좀 힘든 것 같았다”고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를 떠나기 전 녹지원에서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하다 발을 잘못 디뎌 발목을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조 의원 질문에 답하면서 주로 듣기만 했다고 한다. 헌재 불복 논란과 관련해서도 특별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지자들에게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 친박계 의원은 “몸과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당분간은 사저에서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저 앞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동이 트자마자 장미꽃 다발과 프리지아 화분이 사저에 배달됐다. 사저 앞에서 밤을 새운 지지자들은 컵라면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밤새 소음에 시달린 주민 한 명이 이날 새벽 4시 넘어 “시끄럽다”고 항의했지만 지지자들은 “지금 잠이 오냐”고 맞받아쳤다. 이들은 몰려드는 취재진과 인근 주민들을 향해서도 “대통령이 원숭이냐”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박근혜지킴이결사대’는 기자회견을 열어 “박 전 대통령의 신변 안전과 심리적 안정을 경호하겠다”고 주장했다. 결사대는 한 달치 집회 신고를 마쳤다. 오후가 되자 지지자는 100여명으로 늘었다. “나라가 아주 큰일났다”며 소리를 지르고 이를 제지하는 경찰에게 “왜 막느냐”고 항의했다. 시위가 격해지면서 연행자가 속출했다. 경찰은 경찰관을 차도로 밀어 차에 치이게 한 혐의로 이모(67)씨를 연행했고, 종이를 말아 기자와 경찰관의 얼굴을 때린 A씨(65)도 체포됐다. 근처 초등학교에 다니는 윤모(10)군은 “아침에 학교에 가면서 집회를 하고 있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욕하는 걸 들었다”며 무섭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는 관저에 남겨진 진돗개 9마리를 분양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진돗개 혈통을 보존할 수 있는 분양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 동물보호 단체는 진돗개 입양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권지혜 임주언 기자 kjh@kmib.co.kr
칩거의 박 전 대통령… 朴 면담 조원진 의원 “표정이 좀 힘든 것 같았다”
입력 2017-03-13 18:30 수정 2017-03-13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