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은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강경 메시지를 쏟아냈다. 문 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일자리위원회 출범식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지 않은 것은 우리 국민과 헌법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이 시장은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불가 방침’을 공동 천명하자고 야권 주자들에게 제안했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은 14일 열리는 경선 토론회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헌재 결정 승복과 적폐 청산 의지를 지적할 방침이다.
대연정을 통해 중도 외연 확장을 시도하는 안 지사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결국 박 전 대통령 문제와 대연정 문제는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공당이 헌재의 인용 결정을 승복했다”며 “민주당이 집권하면 서로 대화하고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한 뒤 “박 전 대통령을 모신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대연정 대상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친박계를 제외한 보수 진영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바른정당에서는 “박 전 대통령 때문에 대선을 망치게 생겼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원색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문 전 대표 등 야권에 반격을 가할 시점인데, 박 전 대통령 불복 선언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줄을 이었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미국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 전 대표 인터뷰는 보수 진영 입장에선 ‘호재’다. 파상공세를 퍼부어야 할 타이밍에 박 전 대통령의 불복 선언이 나왔다. 보수 진영은 박 전 대통령 때문에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을 추궁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분개했다. 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계산한 것”이라는 발언 논란도 불복 선언에 묻히고 있다는 평가다.
바른정당 대선 후보들도 일제히 박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유승민 의원은 확대중진회의에서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며 국민에 대한 배신이고 헌법에 대한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더는 국가 지도자의 역할을 기대하지 말자”며 “정치인 박근혜를 우리 모두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자”고 말했다.
보수 진영은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 때마다 발언하며 대선 판을 이상한 쪽으로 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표정이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국민에게 사죄와 용서를 구했어야 했다”면서 “그래야 화해와 대통합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와 관용을 호소할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불복 선언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이른바 태극기 민심을 우려해 의도적인 침묵을 고수했다.
하윤해 백상진 기자justice@kmib.co.kr
“문재인 당선시키려 작정했나” 진박 빼고 부글부글
입력 2017-03-1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