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마진↑↑… 앉아서 돈 버는 은행

입력 2017-03-14 05:00
저금리 시대를 맞아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인 은행권 순이자마진(NIM)이 상승세로 돌아설 조짐이다. NIM은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제외한 예대금리차뿐만 아니라 채권 등 유가증권 수익률을 더한 은행권 순익 지표다.

예금금리는 지난해 6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낮춘 이후 바닥을 맴도는 반면 대출금리는 최근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올해 1분기 은행권 전체 NIM이 3bp(1bp=0.01% 포인트) 상승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왔다. 금리 상승기 예대금리차를 늘리는 영업방식은 금융소비자에게 부담을 고스란히 전가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13일 은행연합회의 12개월 만기 예금상품의 금리 공시를 보면 우리은행 키위정기예금 확정형, 신한은행 S드림 정기예금, NH농협은행 큰만족 실세예금, KEB하나은행 행복Together 정기예금, KB국민은행 국민수퍼정기예금 금리는 모두 약속이나 한 듯 1.10%다. 지방은행 일부가 최고 1.70%의 상품을 운용하긴 하지만 이마저도 2% 안팎의 물가상승률 및 이자수익에 15.4%까지 물리는 세금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이자율이다. 앞서 한은은 1월 중 국내은행 가중평균 예금금리가 연 1.51%로 지난해 말보다 0.05% 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예금금리가 바닥을 헤매는 이유는 시중 부동자금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 1017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돈이 은행 예금으로 차곡차곡 쌓이고 있어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이 예금금리를 높일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반면 대출금리는 무섭게 치솟는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16일 새벽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확실시되면서 채권금리가 들썩이자 일주일 새 은행 대출금리가 0.03∼0.05% 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들이 미 금리 인상 예고를 위험가중치로 반영해 가산금리를 일제히 올린 여파도 있다.

2월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이 2조9000억원 늘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자 금융 당국은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가계부채 관리계획 이행을 점검했다. 이러면 은행은 겉으로나마 울상을 지으며 가계부채 억제 명분을 내세워 가산금리를 더 올리게 된다.

실제 대신증권은 1∼3월 집계하는 1분기 은행권 NIM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우리은행은 전 분기 NIM이 4bp나 하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5bp 증가가 예상되며, 신한지주 하나금융 등도 1분기 중 NIM이 3bp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금리 상승기에 예금금리는 몇 달째 그대로 두면서 대출금리는 득달같이 올리는 행태에 대해 은행권의 ‘누워서 떡먹기’ 영업방식이란 비판도 거세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국장은 “앉아서 예대금리차로 편하게 단순 영업하지 말고, 중소기업 발굴 및 인수합병 활성화 등 은행이 영업 폭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