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선 자영업자… 가처분소득 100만원 중 빚 갚는데 42만원

입력 2017-03-14 05:00

자영업자의 부채상환 능력이 나빠지고 있다. 가처분소득(개인소득 가운데 자유롭게 소비·저축할 수 있는 돈) 100만원으로 빚 갚는데 42만원을 쓸 정도다.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가구에 진입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자영업자 부실의 근본 원인은 소비 부진에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내수 진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DB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13일 ‘가계 특성별 재무건전성 추이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자영업자 상황이 크게 나빠졌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보유자산과 소득을 통한 부채상환 능력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중은 42.4%를 기록했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87.9%까지 치솟았다. 금융자산이 100만원 있으면 금융부채는 87만9000원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두 수치의 증가세가 지속되면 자영업자 상당수가 한계가구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계가구는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중이 40%를 초과하는 가구다.

여기에다 자영업자 가운데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내몰리고 있다. 소득 1분위 자영업자의 제2금융권 대출금 비중은 2012년 18%에서 지난해 45%까지 치솟았다. 보고서는 “최근 정부가 도입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 규제 강화는 자영업자의 한계가구 진입을 더욱 촉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연령별로 30∼40대의 부채상환 능력이 나빠지고 있다.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 연령대의 지난해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75.1%,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중은 37.0%에 이른다.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