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그림’에 놀랐다… 담배 판매 석달째 감소

입력 2017-03-13 18:16 수정 2017-03-13 21:33

애연가인 경제부처 고위 관료 A씨는 금연을 고민 중이다. 담뱃갑의 흡연 경고 그림(사진) 때문이다. 해외에선 흡연 경고 그림이 담뱃갑 밑이나 뒷부분에 있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안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담뱃갑 뚜껑에 그림이 들어간다. 한 개비씩 꺼낼 때마다 볼 수밖에 없다. A씨는 “담배를 사면 20개비를 다 꺼내 그림이 없는 옛날 빈 담뱃갑에 옮겨놓고 피우는 게 일”이라고 전했다.

담배 판매량이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올 들어서는 감소폭도 커졌다. 흡연 경고 그림 부착 물량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리기 시작한 효과라는 진단이다.

기획재정부가 13일 발표한 ‘2월 담배시장 동향’을 보면 담배 판매량은 지난해 11월 3억1000만갑을 기록한 이후 매월 감소하고 있다. 같은 해 12월 2억9000만갑으로 떨어진 판매량은 올 1월 2억8000만갑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달에는 1개월 사이 4000만갑이나 줄면서 2억4000만갑 판매에 그쳤다.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14.0% 감소한 수치다.

지난달 담배 판매량이 급감한 원인으로는 흡연 경고 그림 부착 효과가 꼽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23일부터 폐암·후두암 등 10종의 흡연 경고 그림 부착을 의무화했다. 초기 생산 물량은 1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풀렸다. 재고 물량이 떨어진 지난달부터는 소매점에서 흡연 경고 그림이 없는 담배 찾기가 어려워졌다. 금연 클리닉 등록자도 지난 1월 기준 5만1000명으로 전달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일각에서는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애연가들이 경고 그림을 가려줄 담배 케이스를 찾으면서 온라인 쇼핑몰 옥션의 관련 제품 판매량은 지난해 12월 23일 이후 2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13.5배나 늘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