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이 학교 측의 편집권 개입에 반발해 지난 12일 신문 1면을 백지(사진)로 발행하면서 학생과 학교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양측은 이미 시흥캠퍼스 이전을 둘러싸고 100일이 넘게 갈등을 빚어왔다.
대학신문의 백지 발행 사태는 창간 65년 만에 처음이다. 학생기자단은 “대학신문의 전 주간 교수가 지난 1년 간 기자단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으로 기사 작성·편집, 조판 작업 등에 관여했다”며 백지 발행의 과정을 밝혔다. 학생기자단은 지난해 10월 전 주간의 편집권 침해에 대한 공식 항의서를 제출했으나 오히려 전 주간이 신문사 인사, 광고, 예산에 대한 권한을 이용해 기자단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백지 사태에 대해 대학신문 운영위는 13일 “대학신문사 사칙에 따르면 편집권은 누구에게도 귀속돼있지 않다”며 “학생기자단이 자신의 편집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학교 측도 “성 총장이 발행인이기 때문에 신문 편집 방향에 목소리를 낼 권한은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서울대 학생자치 신문인 서울대저널도 지난해 9월 13일 확대 간부회의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를 공개해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대학신문의 편집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 메모에는 성 총장이 학생처에 편집권 개입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학신문 체제를 ‘독재시대 유물 체제’라고 지적하며 신문사의 인사·편집권이 학생기자단에 있는 점을 비판한 정황도 포착됐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서울대 학보 1면 첫 백지 발행
입력 2017-03-13 18:17 수정 2017-03-14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