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로 출시 1주년을 맞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혹평이 잇따르고 있다. 예금·펀드 등 여러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담을 수 있는 ‘만능통장’이라며 금융 당국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수익률과 세제혜택이 기대에 못 미치자 투자자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
ISA계좌 수는 지난해 11월 240만5863계좌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 3일까지 3개월 동안 약 6만 계좌가 줄어드는 등 뚜렷한 감소세다. 매달 해지 계좌가 전체의 1.5% 수준인 3만5000∼4만3000계좌에 달하는 반면 신규 가입자는 대폭 줄어든 탓이다. 이 때문에 출시 당시 6605억원에 이르렀던 월간 유입자금도 지난해 12월 837억원까지 떨어졌다.
긍정적인 면도 없지는 않다. 금융위원회는 13일 ISA 현황을 분석하며 평균 가입금액이 제도 시행 초기 55만원에서 이달 155만원까지 늘어난 점을 들며 ISA가 내실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위 ‘깡통계좌’로 불렸던 10만원 이하 계좌도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금융위는 이를 바탕으로 최근 ISA를 둘러싼 언론의 비판을 향해 “합리적 근거가 없는 비판으로 ISA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은 오히려 ISA의 발전동력을 잃게 만들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ISA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데는 금융 당국의 무리한 추진이 단초를 제공했다는 게 중평이다. 현재 ISA 가입자 236만2000명 가운데 70%가량인 약 160만명은 서민 우대상품인 ‘서민형 ISA’ 가입요건에 해당한다. 이 경우 비과세 한도가 늘고 의무가입기간도 축소되는 등 혜택이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말 기준 실제 서민형 ISA 가입자는 요건 해당자의 3분의 1인 58만2000명뿐이었다. 100만명 가까운 금융소비자들이 처음부터 자신에게 최적화된 상품을 제대로 고를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다만 업계에선 환경적 제약이 있었다고 말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가입이 몰린 지난해 상반기까지 소득 등 해당 요건을 국세청으로부터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내실화됐다는 금융위의 주장 역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문제가 있다. 현재 줄어들고 있는 전체 ISA계좌 중 상당수는 바로 10만원 이하 계좌, 즉 깡통계좌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익률 없는 깡통계좌 수가 줄어드니 계좌당 평균 가입금액이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가입자 수를 늘려서 생긴 문제인 셈이다.
금융위는 오는 17일 업계 간담회를 열고 개선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고 중도인출 사유를 늘림과 동시에 노년층 가입요건도 완화하는 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 박동민 기자
만능통장이라더니… ISA 기대 이하
입력 2017-03-13 17:38 수정 2017-03-13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