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밖에서라도 저염식을 먹으니 건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울산시 중구 보건소는 2011년부터 저염식으로 경로식당 무료급식을 하며 어르신들에게 칭찬을 받는 일이 부쩍 늘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국 대신 숭늉을 대접하고 나트륨 배출을 돕는 바나나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자 어르신 63명의 평균 혈압은 수축기는 8.8㎜Hg, 이완기는 3.6㎜Hg가 감소했다. 또 고혈압 유소견자는 38명에서 23명으로 줄었다.
보건소 이정림 주무관은 “어르신들이 ‘나는 살 만큼 살아서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살겠다’는 말씀을 많이 하는데 더 오래 건강히 살기 위해선 식습관을 반드시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외식·배달음식 나트륨 함량 높아
경기도 안양시에서 홀로 사는 이모(64)씨는 하루 세끼를 찌개로 해결한다. 한번 요리를 하면 끓이고 또 끓여 밥과 함께 먹는다. 찌개가 바닥을 드러낼 쯤이면 짠맛도 느낄 법하지만 요즘 들어 짠 맛이 잘 안 느껴진다는 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전국 1656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나트륨 줄이기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나트륨을 줄일 필요성을 인식한다는 응답자는 81.4%였지만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는 44.5%에 그쳤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33.8%다.
노력하지 않는다(21.7%)를 선택한 이들은 평소 식습관 및 조리습관이 익숙하다(65.2%)는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다. 맛이 덜하다(61.6%), 지속유지가 힘들다(55.7%)가 뒤를 이었다.
잦은 외식은 나트륨 과다 섭취를 일으켰다. 시민 69.4%는 외식·배달음식이 짜다고 답했다. 나트륨 섭취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식사형태로는 69.2%가 외식·배달음식을 선택했고, 가정식(20.7%)과 단체급식(10.2%) 순으로 조사됐다.
주로 섭취하는 외식으로는 54.9%가 국물류를 선택했다. 33.2%가 면류, 33.0%가 패스트푸드를 골랐다. 모두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들이다. 국물을 남김없이 먹는다고 응답한 이는 46.6%로 그렇지 않다는 이(33.7%)보다 높았다.
나트륨, 40대 남성이 가장 많이 섭취
세계보건기구(WHO)는 2013년 성인 나트륨 섭취 권고량을 하루 2000㎎으로 정했다. 보건복지부가 2015년 정한 권고량도 같다. 소금으로 따지면 5g이다. 시민 53%는 나트륨 권고량을 알지 못했다.
식약처는 2015년 국민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3889.6㎎이라고 발표했다. 권고량의 2배에 가깝다. 남성은 4619.7㎎, 여성은 3160.2㎎을 섭취했다.
직장생활로 외식을 자주 하는 30∼40대가 모두 4500㎎ 이상의 나트륨을 섭취했다. 특히 40대 남성이 5419.6㎎으로 나트륨을 가장 많이 섭취했다.
시민 41.4%가 영양표시 중 열량을 관심 있게 읽는다고 답했지만 나트륨을 중요하게 확인한다고 하는 이는 12.6%에 그쳤다. 사망원인 1위인 암, 2위인 심장질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나트륨이지만 비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열량보다 덜 관심 받는 셈이다.
고혈압·비만·심장질환 유발
나트륨이 고혈압을 유발한다는 논문은 45년 전에도 쓰였다. 뉴욕주립대 루이스 박사는 1972년 고혈압과 식염 섭취량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발표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프랑크 박사는 2001년 412명의 참가자에게 저염식과 일반적인 식단을 무작위로 배정해 저염식을 할 경우 일반 식단보다 혈압 강하 효과가 크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나트륨이 비만을 일으킨다는 연구는 국내에서 활발하다. 2012년 동국대 일산병원 오상우 교수는 나트륨 섭취가 많은 상위 20%가 하위 20%에 비해 비만 위험도가 7∼18세에서는 1.8배, 성인에게서 1.2배 높아진다는 논문을 썼다.
한양대 의대 전대원 교수는 나트륨 섭취가 많을수록 체질량지수와 허리둘레, 내장지방량과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진다는 연구를 2015년 발표했다. 헬싱키 대학 자코 교수는 높은 나트륨 섭취량이 혈압을 포함한 심혈관 질환과 심장질환, 사망률을 높인다는 논문을 2001년 냈다.
독거노인 나트륨 섭취 대응해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최근 발행한 “나트륨 섭취 저감화 정책 추진현황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미각 민감도와 식욕, 씹는 기능과 소화능력이 저하되는 노인은 나트륨 함량이 높은 국물 선호가 높아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고 경고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05년 77만6996명이었던 독거노인이 2015년 137만9066명으로 1.8배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0년 후인 2035년에는 342만9621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2014 국민건강통계는 나트륨 과잉섭취 등으로 발병하는 고혈압이 30대에서 7.3%, 40대에서 17.7%, 50대 32.0%, 60대 48.5%, 70대 이상에는 63.5%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급격히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보고서 저자인 개발원 국민영양관리TF 김민정 팀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위암과 심장질환, 고혈압 등 우리나라 주요 사망원인이 모두 나트륨과 직결돼 있다”며 “늘어나는 독거노인의 나트륨 섭취 저감화 사업모델 개발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칼륨 섭취하고 국물은 남겨야
칼륨 섭취는 나트륨 배출을 돕는다. 바나나, 포도 등 과일과 녹황색 채소에는 칼륨이 풍부하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는 “싱겁게 해 달라”고 부탁하는게 좋다. 국·탕·찌개 등을 적게 먹어야 하고 식료품을 살 때 나트륨 함량 확인은 필수다. 소금 대신 천연 향신료를 이용해도 좋다.
국은 뜨겁거나 매우면 입맛이 둔해져 간을 짜게 할 가능성이 높다. 국이 식었을 때 간을 하는 게 좋다. 국·탕·면류의 국물 1컵(200㎖)을 덜 먹으면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 반면 국물을 남김없이 다 먹으면 한끼 식사만으로도 하루 권장 나트륨 섭취량을 넘어설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칼륨이 나트륨 배출을 돕는 건 사실이나 칼륨을 섭취한다고 나트륨을 많이 섭취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며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게 우선이고 소금 대신 후추나 카레가루, 향신료, 버섯가루 등을 이용해 간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식약처, 국수 등 5개 품목 나트륨 비교표시 의무화
5월19일부터… 우수 식단 레시피도 보급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5월 19일 나트륨 함량 비교표시제를 시행한다. 예를 들어 120g당 나트륨 함량이 2000㎎인 유탕면의 경우 비교표준값 1730㎎ 대비 나트륨 함량이 116%로 동일·유사 식품 대비 나트륨이 많은 제품임을 보여준다.
비교표시제 시행 대상은 국수 냉면 유탕면류 햄버거 샌드위치 등 5개 품목이다. 각 품목별로 2015년 국내 매출액 상위 5개 제품의 나트륨 함량 평균값을 비교표준값으로 정했다. 식약처는 “소비자가 나트륨이 적은 제품을 선택하도록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식품업계가 나트륨을 덜 첨가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나트륨 함량 비교표시제가 시행되는 5월에 맞춰 나트륨·당류 줄이기 연계 체험 캠페인을 열 계획이다. 요리경연대회를 열어 우수 저감 식단을 찾고 그 레시피를 10월 보급할 예정이다.
12월에는 생애주기 맞춤형 나트륨 줄이기 교육 전달체계를 구축한다. 복지회관 등에 1대1 줄이기 교육 프로그램을 임산부와 노인, 성인을 대상으로 보급한다. 독거노인의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달 중 김치류나 절임 식품류를 제조하는 중소기업 등에 전문가 컨설팅팀을 파견해 나트륨 저감기술을 지원한다. 우수 참여업체를 선정해 홍보함으로써 나트륨 저감 분위기를 유도할 방침이다.
식약처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나트륨 섭취량 줄이기 대책에 따라 외래진료와 입원치료 감소, 사망 감소로 인한 근로소득 손실감소 등으로 최대 19조6000억원의 편익이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는 국민 전체가 나트륨 1g을 덜 섭취할 경우 발생하는 연 최대 편익은 8조3798억원이라고 추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나트륨 감소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한다”며 “최근 먹방(먹는 방송)과 쿡방(요리 방송)이 유행하며 맛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삼삼한 요리 경연대회 등 소비자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글=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일러스트=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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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13 18:49 수정 2017-03-13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