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현장’ 광화문 피해 독립문으로 돌아 이동

입력 2017-03-12 21:35 수정 2017-03-13 00:32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7시16분쯤 대통령 전용 에쿠스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 청와대를 나서고 있다. 이병주 기자
오른쪽 사진은 20여분 뒤 서울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이 차 안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이틀만인 12일 오후 7시37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복귀했다. 얼굴 가득 웃음을 띤 박 전 대통령은 사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박 의원들과 한 명 한 명 악수를 나눴다. 일찌감치 진을 치고 있던 지지자 수백명은 일제히 태극기를 흔들며 “대통령 박근혜”를 연호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 검정 에쿠스 차량은 오후 7시16분쯤 청와대 정문을 나섰다. 청와대를 떠나기 전에는 청와대 녹지원에서 청와대 직원 500여명과 작별했다. 박 전 대통령은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 수고하셨다”고 말했다. 박강섭 관광진흥비서관은 페이스북에 “사랑하는 대통령님을 조금 전 눈물 속에 보내드렸다”며 “지켜드리지 못한 참모로서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다”고 소회를 밝혔다.

차량은 가까운 광화문 방면으로 달리지 않고 굳이 사직터널을 지났다. 촛불집회가 열렸던 광화문광장을 외면한 것이다. 취재차량과 오토바이가 대통령 차량을 바짝 따라붙었다. 박 전 대통령이 1476일 동안 떠나있던 사저에 도착하는 데는 21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저 앞에 에쿠스 차량이 도착하자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박 전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감색 코트 차림으로 차에서 내렸다.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청와대를 나서는 차 안에서 애써 담담한 표정이었던 것과는 달랐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 앞에서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 등에게 “힘이 돼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태 조원진 한국당 의원들도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박 전 대통령은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었지만, 사저로 들어가기 전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민경욱 의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눈물로 볼 화장이 일부 지워지기도 했다.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민경욱 한국당 의원에게 박 전 대통령은 짧은 소회를 밝혔다. 민 의원은 이를 수첩에 받아 적어 대신 기자들에게 읽어줬다. 박 전 대통령은 윤전추 선임행정관 등 4명의 보좌를 받으며 집으로 들어갔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지지자들은 환호성과 울부짖음으로 박 전 대통령을 맞이했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고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박 전 대통령이 사저 안으로 사라진 뒤에도 목소리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지자 100여명은 우두커니 선 채로 밤늦게까지 사저 앞을 지켰다.

삼성동 사저 앞은 오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지자 500여명이 아침부터 찾아와 시위를 벌였다. 사저로 향하는 골목에는 ‘박근혜 국민대통령님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나붙었다. 주민들도 밖으로 나와 지켜보았다. 4년차 주민 정모(56)씨는 “이웃으로서는 김치라도 싸다줄 수 있으나 이웃주민과 대통령은 별개라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오전 11시쯤 인터넷 설치 기사들이 도착해 공사를 했고, 오후 2시쯤 42인치 텔레비전과 냉장고, 세탁기 등이 배송됐다. 오후 4시10분에는 트럭이 도착해 빨래건조대와 이불 상자 책상 등을 내렸다. 저녁 10시20분쯤에는 은색 카니발 차량이 사저 앞에 왔다. 경호원들이 검은 장우산으로 시선을 가린 채 짐을 옮겼다.

임주언 김현길 이가현 이상헌 구자창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