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 주장한 박근혜 전 대통령… 공격용? 방어용?

입력 2017-03-12 21:37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저녁 경호원 등의 안내를 받으며 서울 삼성동 사저에 들어서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대통령에 취임해 청와대로 떠난 지 1476일 만에 자택으로 돌아왔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탄핵 이후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는 국민통합이나 승복이라는 표현이 없었다. 헌법재판소나 탄핵이라는 단어도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서울 삼성동 자택 앞에서 던진 메시지는 지지자들만을 향한 정치적 호소였다. 헌재 결정 승복과 국민통합 메시지를 기대했던 다수 국민들의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네 문장으로 된 짧은 메시지에서 탄핵 이후에도 ‘마이 웨이’를 고수하겠다는 박 전 대통령의 고집이 읽혀진다. 박 전 대통령은 친박(친박근혜)계와 이른바 태극기 세력을 보루로 삼아 “이대로 당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비록 지금은 탄핵된 처지지만 상황에 따라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의 즉석 브리핑 형식으로 나왔다. 한마디로 간접화법인 셈이다. 민 의원은 박 전 대통령과 자택 앞에서 기다리던 자유한국당 친박계 의원들 간 대화 내용을 정리해 성명 형식으로 밝혔다.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못하겠다는 자신의 의도는 강력히 전달하면서도 육성 대신 제3자의 입을 빌려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려고 고심한 흔적도 엿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진행될 검찰 수사에서도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으로 사인(私人)이 된 박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무려 13개에 이른다.

박 전 대통령은 태극기를 흔드는 지지층 앞에서 내린 것은 정치적 포석이 깔린 행동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지층을 앞세워 검찰에 선전포고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벼랑으로 몰아갈 경우 태극기 세력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검찰에 전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을 지켜만 보지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해석도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지 않고 정치적 발언을 던짐으로써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공격용이 아니라 타협용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협박용 메시지치고는 표현이 과격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소명을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고, “결과를 제가 안고 가겠다”고도 했다.

검찰과 야권이 퇴로를 주지 않고 압박할 경우 결사항전하겠지만 타협을 제시하면 수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다른 친박 의원은 “청와대에서 퇴거당한 전직 대통령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면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지자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냥 들어갈 수도 없고 해서 단순히 고마움을 표현한 메시지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와 대선 진행 상황을 보면서 2차, 3차 메시지를 계속 던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정국에 파장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진실이 반드시 밝혀진다”고 말한 대목은 심상치 않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실제로 ‘나는 억울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럴 경우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영향력을 되찾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