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12일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이후 이틀 만에 나온 공식 입장이다. 사실상 헌재 결정에 승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취임 1476일 만에 청와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갔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에 들어가기 전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게 주어진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네 문장으로 된 짤막한 대국민 메시지를 직접 밝히지 않고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친박(친박근혜)계 초선 의원의 입을 빌려 발표했다.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만큼 탄핵 반대세력의 불복 움직임도 거세질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향후 검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격렬히 저항할 가능성도 높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에 제출한 최후진술 의견서에서 탄핵 사유와 검찰·특검이 지목한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30분 한광옥 비서실장, 김관진 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을 관저로 불러 마지막 티타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 맡은 바 일들을 잘 마무리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7시쯤 청와대 녹지원에서 비서실, 경호실 직원 500여명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 때 녹지원을 가리키며 영애 시절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추억을 공개한 적이 있다.
삼성동 사저 앞에는 허태열 이병기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등 한국당 의원들이 나와 박 전 대통령을 맞았다. 박 전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서 의원 등에게 “힘이 돼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할 때는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야권은 한목소리로 박 전 대통령을 강력 성토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은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불복한다면 국기문란 사태”라며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여부를 분명하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은 “여전히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웃는 모습으로 악수하고 지지자에게 사인을 해주는 모습, 친박의 세 과시에 또다시 어두운 그림자를 본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일부 지지자 결집을 위한 대국민 투쟁선언을 했다. 가장 고약한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앞서 본관 앞에 게양됐던 봉황기를 내렸다.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기를 내린 건 현직 대통령 부재(不在)의 의미다.
권지혜 강준구 기자 jhk@kmib.co.kr
朴 “진실 밝혀질 것”… 승복 거부
입력 2017-03-13 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