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에게 적용된 두 가지 혐의에 대해 법원이 ‘교통정리’에 돌입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최씨의 형사재판을 오전 10시와 오후 5시30분 두 차례로 나눠 진행한다. 오전 재판은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지난해 11월 기소한 직권남용·강요 혐의 19차 공판이고, 오후 재판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달 28일 기소한 ‘삼성 뇌물’ 혐의 등에 대한 첫 준비기일이다.
특수본은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을 최씨와 공모한 박 전 대통령 등의 강요에 의한 ‘피해 금액’으로 봤다. 반면 특검팀은 이재용(49·구속 기소)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돕는 대가로 제공된 ‘검은돈’이라고 보고 뇌물죄를 적용했다. 삼성은 한 사건에서 최씨에 대한 피해자가, 다른 사건에서는 최씨에게 뇌물을 건넨 피고인이 됐다.
재판부는 일단 두 사건을 병합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은 특수본과 특검이 공소장 변경 등의 쟁점을 서로 얼마나 협의했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씨 혐의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 거론되면서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관심이 쏠린다.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피청구인(박근혜)으로부터 출연 요구를 받은 기업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부담과 압박을 느꼈을 것이고, 사실상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결정문 45쪽)”고 판시했다. 이를 두고 이 부회장 측이 이 논리를 보강해 무죄 주장의 근거로 삼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 전반의 시각은 “헌재 판단은 최씨와 이 부회장의 형사재판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형사법관은 “같은 사안을 놓고 민사-형사 재판에서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듯 헌법재판도 마찬가지”라며 “헌재에서 어떤 결정을 했더라도 직접적 영향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헌재는 탄핵소추 사유 중 박 전 대통령의 형사법 위반 행위(4개)를 대통령의 권한 남용 항목에 포함해 판단했다. 기업 재산권·경영 자유 침해 등 위헌(違憲) 부분만 적시했고, 형법상 판단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재는 박 전 대통령 행위의 위헌성과 법 위반 여부에 초점을 맞췄고 사실관계도 그 범위 안에서만 인정했다”며 “탄핵심판과 증인·수사 기록 등이 일부 중복되는 경우가 있지만, 형사재판은 향후 더 심리가 이뤄질 상황인 만큼 법원 판단이 헌재와 같을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글=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최순실 혐의는 직권남용? 수뢰?
입력 2017-03-1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