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7017’이 열린다] 도시 재생 마중물, 시민들이 기다린다

입력 2017-03-13 20:48
서울로 7017 주변 도시재생이 주민과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추진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서계동 주민들이 지난해 10월 주민센터 별관 3층에서 열린 ‘서계동 마을엑스포’에서 마을 재생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위쪽 사진). 서울시가 지난달 23일 중림동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개최한 워크숍에서 전문가들이 서울역 일대 산업의 미래비전과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곽경근 선임기자
이상태 한국봉제패션협회장
서울로 7017 개장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일대에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보행길로 다시 열린 서울역고가와 연결로에 사람들이 속속 찾아오면서 주변에 활기가 돌고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다.

지난 10일 서울역 뒤편 용산구 서계동에서 만난 김은정(42·여·카페 운영)씨는 “서울로 7017이 열리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 동네에 찾아오지 않겠느냐”며 “고가를 통해 남대문시장 쪽으로 걸어서도 쉽게 이동할 수 있어 개장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서울로 7017은 철길과 차도로 인해 단절됐던 동서의 보행축을 잇는 공중 공원이지만 주변 도시재생의 마중물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2년여 전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용산구 서계동, 중구 중림·만리동과 회현동·남대문시장 등 주변 지역의 도시재생을 함께 추진해 왔다.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지난해 상반기 설립해 권역별로 주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면서 도시재생 의제와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중림동 일대를 역사문화마을로=도시재생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지역은 중림동이다. 중림동 주민들은 지난해 11∼12월 주민들이 참가하는 7차례의 집중적인 워크숍을 통해 마을 활성화를 위한 밑그림을 그려냈다. 주거환경, 고가공원, 공동체, 교육문화 등 4개 분과로 나눠 논의한 끝에 주요 재생사업들을 도출해 냈다.

시는 우선 서울로 7017 서측 끝에서 지하철 2호선 충무로역까지 이어지는 중림로를 연말까지 보행문화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 최초의 서양식 성당인 약현성당, 1970년 준공한 성요셉아파트, 양정고 자리에 있는 손기정체육공원, 서소문공원 등 지역의 역사문화자산을 둘러보는 역사문화체험길도 구축한다.

성요셉아파트 앞은 개방형 쉼터 등을 갖춘 보행자 중심의 근·현대 테마거리로 조성된다. 손기정체육공원을 달리기의 성지로 명소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같은 중림동 활성화계획은 오는 6월 공청회 등 행정절차를 거쳐 연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시는 중림동 어(魚)시장을 현대화해 테마시장으로 조성하고 지역커뮤니티 활성화 및 마을기업 육성 공간인 앵커시설을 조성하는 등의 사업도 장기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염천교 수제화거리 되살린다=염천교에서 중림동삼거리로 이어지는 칠패로 변의 염천교 수제화거리는 산·학·관 협력을 통한 재생이 추진되고 있다. 1925년 경성역(지금의 서울역)이 생기면서 조성되기 시작한 90여년 역사의 염천교 수제화거리는 1970년대 500여개 상점이 밀집해 전국 각지에 구두를 공급하던 대표적인 구두거리였지만 90년대 후반부터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현재는 인근 봉래동, 중림동 지역까지 합쳐도 90여곳이 남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국민대와 서울 중구보건소는 2015년부터 수제화거리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대 산학협력단은 전문가 기술교육(국민·구두아카데미), 제품·품질 특성화, 홍보 강화 등을 통해 상권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상인들의 서울역·염천교 수제화협회를 결성을 지원하고 구두 장인(匠人) 5명을 모아 조합 결성도 추진 중이다.

건물 내 빈 점포를 청년디자인 공방, 박물관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서울로 7017 개장에 맞춰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공모사업 등을 통해 이런 활동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서계동·회현동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용산구 서계동은 서울역 역세권에 있지만 그동안 개발과정에서 소외돼 주거환경과 기반시설이 열악한 곳이다. 철거 후 전면 재개발을 요구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구릉지가 많아 도시재생 방식의 개발로 가닥이 잡혀있다.

청파 언덕 일대에는 지형에 맞는 주거재생 계획에 따라 고층 아파트 대신 단지형 다세대주택이 들어서게 된다. 국립극단 일대는 호텔과 업무시설 등을 갖춘 관광·문화복합거점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서계동·만리동 일대에 밀집해 있는 봉제업체에 대한 지원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남대문시장은 시설 현대화 등을 통한 글로벌 명품 시장 조성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숭례문과 남대문시장 사이 교통섬 일대에 광장을 조성하고 남대문지하보도를 재정비할 계획이다. 남산 기슭에 있는 회현동에서도 주민협의체가 구성돼 남산과 어우러진 남촌 재생 플랜을 마련해 가고 있다.

백해영 서울역일대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도시재생의 주체는 결국 주민들이고 지속가능한 동네를 만들어가는 것도 그들의 몫”이라며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이 잘 추진되도록 주민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적절한 지원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이상태 한국봉제패션협회장
“봉제업체들에게도 새로운 기회 됐으면…”
“서계·공덕·만리동 업체 돕기 센터 건립 등 지원 있어야”

“다시 열리는 서울역고가 보행길이 위기에 처한 우리 서북권 봉제업체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국봉제패션협회 이상태(54·사진) 회장은 12일 “주요 이동로였던 고가가 폐쇄되면서 서계동, 청파동, 공덕동, 만리동 일대 봉제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봉제패션협회는 서울역 뒤편 서계동 일대에 밀집해 있는 300여 봉제업체들 가운데 70여 곳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봉제인들의 단체로 지난 1월 공식 출범했다.

청파동에서 락어패럴이란 봉제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 회장은 “지난해까지 서울봉제산업협회 서부지부로 활동해 왔으나 최근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 등으로 위기를 맞은 서북권 봉제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새 단체를 결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역고가가 폐쇄된 후 서계동과 공덕동 일대 봉제산업이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고가 폐쇄로 교통이 불편해 상인들의 주문이 줄고, 디자이너들의 발길도 뜸해지자 동대문시장과 가까운 창신동이나 신당동 쪽으로 옮겨간 업체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주관하는 간담회와 워크숍 등을 찾아다니며 지역 봉제산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협회는 서울디자인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9월부터 봉제취업 실무 기술교육 사업을 진행, 현장에 곧장 투입할 수 있는 맞춤형 보조인력(시다) 10명을 양성하기도 했다. 공용기계를 활용한 봉제협업사업이나 환경개선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봉제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서계동 일대 봉제인들이 자립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봉제지원센터 건립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3층 규모의 봉제지원센터가 들어서면 1층에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의류들을 전시·판매하고 2층은 디자이너들의 작업 및 휴식 공간, 3층은 봉제인 양성을 위한 교육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우리도 노력하겠지만 서울로 7017이 주변 도시재생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도록 서울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라동철 선임기자, 사진=라동철 곽경근 선임기자,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