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냐 아니냐’의 싸움… ‘보수 對진보’ 무의미

입력 2017-03-13 05:00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국민 대통합을 호소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하루 빨리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승복하는 게 국민에 대한 배려라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 진영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8대 0’ 전원 일치 결정이 보수를 휘청거리게 만든 결정타였다고 진단했다. 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탄핵이 ‘문재인 대세론’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탄핵 열기로 ‘문재인 대세론’이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대세론이 사그러들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문재인이냐, 아니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용근 지앤컴리서치 대표는 12일 “탄핵 결정으로 보수는 ‘멘붕’”이라며 “헌재 재판관들의 전원 일치 결정으로 반발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탄핵은 보수에 악재”라며 “보수 유력주자인 황 대행의 출마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도 “헌재 재판관들의 결정이 ‘6대 2’나 ‘7대 1’만 됐어도 보수는 지지층 결집을 시도해볼 수 있었는데, ‘8대 0’이 나오면서 동력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보수의 몰락에는 이견이 없었던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선 전망이 갈렸다. 이택수 대표는 “문 전 대표를 포함해 야권 주자들에게 유리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구도대로라면 진보 진영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탄핵 결정으로 문 전 대표가 단기적으로는 수혜를 입을 것”이라면서도 “안보·개헌·경제 등 이슈로 여러 정치세력이 힘을 모아 ‘반(反)문재인 연대’가 구체화될 경우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월 민심과 4월 민심은 다르다”면서 “예를 들어 김종인 전 대표가 경제, 안보는 유승민 의원 등 형태로 후보 단일화를 하면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예측했다. 허진재 이사는 “문 전 대표가 적폐 청산을 얘기하면서 더 이상의 외연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탄핵으로 ‘보수 대(對) 진보’가 무의미해졌다고 진단했다. 또 남은 대선 기간에 어떤 돌발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대선 결과를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배종찬 본부장은 “이제 대선 프레임은 ‘문재인이냐, 아니냐’의 싸움”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지금이야 ‘박근혜 심판’ 프레임이 먹히지만 5월 대선에서는 유권자들이 ‘박근혜 심판’만을 가지고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국민들은 지금 탄핵된 것만으로도 정권 교체가 거의 됐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야권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정권 교체’ 프레임만 내세울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윤해 이종선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