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강연 프로그램이 뜨고 있다. 내로라하는 명사부터 기구한 사연을 가진 일반인까지, 다양한 인사들이 TV에 출연해 자신의 인생철학을 전하고 있다. 정치 역사 심리 등 각 분야에서 ‘스타 강사’로 자리매김한 인사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강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방송되고 있거나 최근까지 방영된 강연 프로그램은 ‘강연 100℃’ ‘어쩌다 어른’ ‘말하는대로’ ‘차이나는 클라스-질문있습니다’ 등이다. 2012년 4월부터 KBS 1TV에서 방영하는 ‘강연 100℃’가 맏형 격이고, 그 다음이 tvN에서 2015년 9월부터 내보내는 ‘어쩌다 어른’이다. JTBC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말하는대로’를 선보였고, 지난 5일부터는 ‘차이나는 클라스’를 방송하고 있다.
강연 형식을 빌린 만큼 엇비슷한 방송처럼 여길 수 있지만 이들 프로그램의 색깔은 제각각이다. ‘강연 100℃’는 100℃에서 물의 끓기 시작하는 것처럼, 연단에 오른 출연자가 자신의 인생이 바뀐 결정적 순간을 소개하면서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 유명인이 무대에 설 때도 있지만 택시기사 대학생 보디빌더 등 일반인이 출연해 자신의 독특한 인생 궤적을 소개할 때가 많다.
‘어쩌다 어른’은 인지도 높은 명사들의 특강을 선보이며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유명강사 김미경을 비롯해 서민 단국대 교수,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등이 ‘어쩌다 어른’을 거쳐 갔다. 특히 역사강사 설민석이 출연한 방송분은 인기가 대단했다. 지난 1월 7일 신년특집으로 방송된 ‘설민석의 한국통사-식史를 합시다’ 선사시대 편의 경우 평균 시청률이 8.7%, 최고 순간 시청률은 10.3%에 달했다. ‘어쩌다 어른’이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적을 거둔 셈이다.
지난 8일 막을 내린 ‘말하는대로’는 ‘찾아가는 강연’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웠었다. 강사로 나선 명사들은 거리의 시민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고, 이 내용은 방송 이튿날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 ‘차이나는 클라스’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강사와 패널 간에 오가는 질의응답을 통해 지성과 교양의 세계를 탐사하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첫 회부터 유시민 작가를 섭외해 관심을 모았는데, 비지상파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첫 방송 시청률이 3%를 웃돌아 눈길을 끌었다.
이들 강연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으로는 우선 기존 예능·교양 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없던 인물을 앞세워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안방에서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 강연 프로그램의 경우 고정 시청층이 확고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연 프로그램이 방송가의 ‘대세’로 자리 잡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검증된 인기 강사를 섭외해 방송이라는 플랫폼만 제공하는 형태로 강연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다. ‘방송’과 ‘강연’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형태가 아니다”며 “새롭고 지속적인 변화가 이어질 때 강연 프로그램도 방송가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색다른 재미와 감동… TV 강연 신드롬
입력 2017-03-13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