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길목, 부동산 시장에도 훈풍

입력 2017-03-12 18:30

11·3 부동산 대책 이후 꽁꽁 얼었던 분양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3월 들어 청약경쟁률이 훌쩍 뛰었고, 4월에는 2000년 이후 역대 최대인 6만여 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다만 5월 대선을 앞두고 수요자의 관심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건설사의 고민이 깊다.

1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들어 청약을 받은 아파트 12곳의 일반분양 물량은 6755가구, 1순위 청약자 수는 6만3536명으로 평균 9.41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났다. 지난 2월(1.67대 1)보다 5배 이상 청약 경쟁률이 오른 셈이다. 실제로 동양건설산업의 ‘평택 고덕파라곤’은 1순위 청약에서 597가구 모집에 2만9485명이 몰려 평균 49.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과 부산 등 일부 인기 지역을 제외하고 미분양이 속출했던 1·2월과는 다른 분위기다. 봄 이사철에 강남·과천발 재건축 호조가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훈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4∼6월 대규모 물량 공세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올 하반기 이후 입주물량 증가와 금리 인상 등의 악재를 피하기 위해 연간 분양물량(31만 가구)의 60%가량을 상반기에 배정했다. 특히 4월 시장에 나올 아파트는 총 6만962가구로 월별 분양 물량 중 역대 최대다. 분양은 통상 봄 성수기인 5월과 6월, 가을 성수기인 10월과 11월에 집중되는 것과 비교할 때 이례적인 수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탄핵 이후 5월 대선 가능성이 나오면서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4월로 분양 계획을 짰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규제가 나오기 전에 일단 빨리 팔아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선거전이 치열해지면 분양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미분양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4월에는 선거 홍보물이 빼곡히 들어차 현수막을 통해 홍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선 이슈에 묻혀 수요자에 대한 노출이 줄어들면 분양물량도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해온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와 맞춤형 임대주택인 행복주택 등도 정권 교체 이후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선 주자를 중심으로 복지 확대가 늘어나면 부동산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수요자와 건설사 모두 단순한 물량과 청약 경쟁률이 아니라 향후 정부 정책이 어찌 흘러갈지 추이를 자세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