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 정보 전달… 서울시 지원 끊겨 ‘캄캄’

입력 2017-03-12 21:11
맹인들을 위한 ‘종달새 전화 도서관’을 운영 중인 신인식 목사가 지난 8일 신문을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계를 매만지고 있다. 4세 때 시력을 잃은 신 목사는 재정난에 시달리면서도 종달새 전화 도서관을 포기하지 않았다. 서영희 기자

“오늘의 국민일보…사회면, 차은택이 법정서 울먹이며 답변을 했습니다.”

세계 최초 무형 도서관인 종달새 전화도서관 번호(02-2022-4800)를 누르자 여성 목소리의 기계음이 들려왔다. 종달새 전화도서관은 당일 발간된 전국 57개 일간지와 주간지, 월간지, 성경을 음성으로 들려준다. 2015년 서버가 벼락을 맞아 고장 나기 전까지 하루 이용자가 5000명 이상이었고 지금은 1000여명의 시각장애인, 다문화가족 등이 이용한다.

4세 때 사고로 시력을 잃은 신인식(62) 목사는 단 한 명 있는 사서의 인건비가 2개월째 밀리고 전기료·통신회선비·인터넷접속료 독촉장이 매달 날아오는 등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도서관 운영을 포기할 수 없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평생을 바쳐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2015년 기준 25만2874명의 시각장애인이 있다.

경남 의령 가난한 시골집에서 태어난 신 목사는 눈이 보이지 않음에도 신문배달과 전화교환, 학교 숙직 등을 하며 공부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1978년 한국맹인서비스센터를 설립해 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일을 했고 그해 종달새 도서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사랑의 메아리 테이프 잡지를 창간했다.

1994년에는 종달새 전화도서관을 개관해 신문을 날마다 직접 녹음해 전화로 서비스해 왔다. 2008년부터 약시를 지닌 김정(46) 기술부장과 함께 텍스트를 음성으로 자동 변환하는 종달넷을 개발해 시각장애인들에게 무료 서비스하고 있다.

종달새 도서관은 매일 수많은 시각장애인에게 정보를 제공하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2015년에는 종달넷 서버가 고장 나며 운영이 일시 중단되자 서울시의 운영비 지원마저 끊겼다.

신 목사는 “경제적 고통만큼 힘든 게 없는데 왜 이렇게 큰일을 너무 가난한 제가 맡아야 하는지 힘들 때가 많다”며 한숨을 지었다.

변변한 지원 없이 버텨온 40년 삶은 매순간 힘들었기에 지금의 어려움에도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 그는 “아내가 항상 저를 응원하고 구 시설을 무상으로 임대해준 최창식 서울시 중구청장, 서울시 종로구 공안과 공영태 원장도 매달 50만원씩 10년째 후원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부터 나를 도와주고 있는 사서와 소중한 기술을 갖고 있지만 2년째 일을 못하고 있는 김 부장에게도 고맙다”고 말을 맺었다.

그는 성경 빌립보서 4장 13절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를 항상 마음속에 품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다음 달은 서울시의 운영비 지원 재심사를 앞두고 있다. 기업이나 교회 등 어느 한 곳으로부터 인건비나 운영비를 지원받지는 못했고 직원 인건비를 위해 마련했던 빚이 아직 5000만원 남아 있지만 1000여명 청취자의 귀는 그를 필요로 하고 있다.

신 목사는 “관장직에서 물려나도 괜찮으니 기업·사회단체·교회가 관심을 가지고 십시일반으로 도서관 운영에 도움을 주면 좋겠다”며 “남은 꿈은 전 세계 언어로 시각장애인들에게 성경과 신문을 들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011-755-7004).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