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별 충격 없을 것”… 탄핵, 긍정적 전망 쏟아져

입력 2017-03-12 18:02

“놀라운 소식이 아니다(no real surprise).” “별 충격이 없을 것(non-event).”

국제금융센터는 12일 뉴욕사무소를 통해 접촉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통령 파면 선고와 관련해 이 같은 반응을 내놨다고 소개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파면에도 국내외 금융시장은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외신과 해외 투자은행(IB)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된 데다 새로 들어설 정부가 펼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 결정이 경제지표에 준 영향은 미미했다. 선고가 있었던 10일 증시는 소폭 상승했다. 코스피는 2097.35(+6.29)로, 코스닥은 612.26(+6.13)으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1777억원 순매수하며 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원화 가치도 소폭 올랐다. 국가부도위험(CDS) 프리미엄도 47.6bp(100bp=1%)로 소폭 떨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국가위험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뜻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등도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이 한국 국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통화 당국에서도 시장 반응에 촉각을 세우고 있지만, 대통령 파면 여파는 크지 않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2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라며 “우리 금융시장은 충분한 기초체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어떠한 불안감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전날 이주열 총재 주재로 연 간부회의에서 국제금융시장 반응과 해외투자자 시각을 점검한 결과 “탄핵 결정의 영향은 제한적인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주가는 오르고 원화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대형 IB들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됐고, 새 정부 출범 후 재정지출 확대 기대 등으로 투자심리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치시스템의 업그레이드로 한국증시에 대한 신뢰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스탠타드차타드(SC)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돼, 심리가 안정되고 한국 경기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상존하는 대내외 리스크는 여전한 불안요인이다. AP, 워싱턴포스트 등은 “탄핵 이후로도 이념 대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 또 다른 정치적 불확실성을 낳을 우려가 있다”고 봤다. 북핵과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영국의 투자자문사 캐피털이코노믹스(CE)의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털 탠은 “지금까진 한국에 필요한 개혁이 무엇인지 논의가 부족했다”며 “비록 후보들이 삼성과 같은 가족경영 체제 기업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 강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그 어떤 정당도 법안 통과를 위한 국회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다음 대통령이 누구든 개혁을 밀어붙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석호 조효석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