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는 사순절의 종착점은 부활절이다. 다른 종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부활절은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한 절기다.
문화선교연구원(원장 백광훈)은 최근 “한국교회 안에서 부활절이 이벤트로 그치는 모습을 종종 본다”며 김주용(시카고 기쁨의교회) 목사의 칼럼을 통해 부활의 기쁨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는 미국교회의 사례들을 소개했다.
김 목사는 미국교회에서 부활절은 성탄절보다 사회문화적으로 높은 수용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대형교회들은 자체 행사와 이벤트 등으로 부활절을 소비하지만 많은 지역 교회들은 여전히 부활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텍사스 주 사이프레스의 라이프브리지교회는 해마다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부활절 야외 예배를 드린다. 교회는 지역 노숙인을 비롯해 아이티 미얀마 등에서 온 불법체류자들을 위한 선교를 하고 있다. 부활절 예배에는 평소 돕고 있는 이들 난민과 불법체류자, 노숙인, 지역주민을 초청해 아픔을 공감하는 기회를 갖는다. 부활절 달걀 찾기 행사와 밴드 공연, 이민자들의 각국 전통공연 등 부활의 기쁨을 나누는 축제의 예배로 드린다.
인종 화합을 도모하는 부활절 예배도 있다. 미국교회들은 부활절 예배를 통해 연합과 화합을 추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에 있는 남침례교단은 아시아인, 백인, 흑인, 중남미인 교회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새벽예배를 진행했다. 김 목사가 사역하는 기쁨의교회도 매년 성금요예배와 부활절 및 성탄절 예배를 미국 지역교회와 함께하는 예배로 드린다.
종교 간 화합과 평화를 위한 예배도 진행된다. 미국의 일부 진보적 교회들은 유대교, 이슬람교와 함께하는 ‘아브라함 공동체’라는 모임을 통해 종교 간의 건강한 대화와 관계를 위해 노력한다. 부활절 예배 때 각 종교의 대표와 신도들을 초대한다.
시카고 제4장로교회는 사순절 기간과 부활절 때 교회 인근의 유대교 회당인 ‘시카고 시내 공동체’ 회원들을 초대한다. 구원과 해방에 대한 종교적 이야기를 나누며 기도하고 음식 등을 나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는 그동안 우리들만의 부활절 예배를 드렸다. 열린음악회처럼 지역주민도 스스럼없이 함께할 수 있는 예배를 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부활절 예배를 통해 연합정신을 실천하고 교회가 배타적이지 않은 공동체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 “지역 천주교 성당과 연합예배를 기획하거나 외국인노동자 등 소외된 이들을 초대해 대접하고 섬기는 예배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광훈 원장은 “미국교회의 모습은 다문화 시대를 경험하는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성도뿐 아니라 지역주민 등 모든 사람들이 예수의 부활을 소망하고 기다리는 부활절로 회복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부활의 기쁨, 지역사회와 나누는 미국교회
입력 2017-03-1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