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가 자국 내 터키계 정치집회에 참석하려던 터키 장관들의 집회 접근을 금지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11일(현지시간) 공공질서와 안전 우려를 이유로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 전용기의 자국 내 착륙을 금지시켰다. 차우쇼을루 대신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던 파트마 베툴 사얀 카야 터키 가족사회정책부 장관도 경찰 봉쇄로 현지 영사관 접근이 저지됐다. 카야는 입국금지를 우려해 독일에서 차를 타고 네덜란드로 이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장관들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예정된 터키 개헌지지 집회에 참석할 계획이었다. 대통령 권한 강화를 위한 개헌안을 추진 중인 터키는 다음달 16일로 다가온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찬반 여론이 팽팽하자 재외 국민투표 세몰이를 위해 터키계 유권자가 많은 유럽 각국에서 잇따라 개헌 지지집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중심제 개헌안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1인 통치를 고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유럽 각국이 자국 내 집회를 불허하고 있다. 네덜란드도 집회를 막겠다는 방침을 밝혔음에도 터키 장관들이 집회 참가를 강행하자 외교적 초강수를 뒀다.
네덜란드의 조치에 에르도안은 “이런 대응은 ‘나치 잔재’이고 그들은 파시스트”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터키는 자국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과 영사관을 봉쇄한 뒤 해외출장 중인 네덜란드대사를 대신해 대사 직무대행을 불러 항의했다. 대사에겐 당분간 터키로 돌아오지 말라고 통보했다.
에르도안의 비난에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도를 넘은 미친 발언”이라며 발끈했고, 극우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당수는 “에르도안에 동조하는 터키계는 터키로 떠나라”고 조롱했다.
결국 개헌지지 집회는 항의 시위로 돌변해 로테르담 주재 터키 영사관 앞엔 1000여명의 터키계 시위대가 모여들었고 네덜란드 경찰은 물대포로 강경 진압했다. 이번 사태는 15일 네덜란드 총선을 앞두고 반이민 정서를 더욱 확산시켜 선거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터키 장관 오지마! 문 닫아 건 네덜란드
입력 2017-03-12 18:10 수정 2017-03-12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