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한국을 바라보는 미국과 중국, 일본 3국의 시선은 복잡해졌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후보들이 대외 정책에서 박근혜정부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특히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북한 포용정책을 시사하는 문 전 대표에 적잖은 우려를 갖고 있다. 반면 중국은 사드 배치 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일본은 위안부 합의가 무산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위기감을 갖고 있다.
◇미국 “사드 이행 전념”=미국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사흘 전인 지난 7일 전격적으로 사드 배치를 시작한 데 이어 오는 17∼18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방한으로 발빠르게 한·미동맹과 대북공조 다지기에 나선다.
백악관 숀 스파이서 대변인이 헌재 선고 직후 “미국은 한국의 굳건한 동맹이자 친구, 파트너”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파이서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 “60일 이내에 한국의 대선이 치러지기 전까지 미국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국방부 제프 데이비스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지도자들은 바뀌기 마련이고 그런 일은 새로운 게 아니다”면서 “사드는 군사적으로 필요한 것이며 우리는 한국과 합의한 사드 배치를 이행하는 데 계속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한국 외교 새 길”=중국은 사드 배치를 결정한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계기로 사드 배치 정책의 변화를 대놓고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한국과 중국의 불편한 관계의 핵심은 한국이 중국의 우려를 무시했다는 것”이라며 “이제라도 한국은 중국과 한국 국민들의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추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중국의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국의 외교정책도 박 전 대통령 파면과 함께 달라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유력 대선 후보인 문 전 대표가 북한 문제에 있어서 제재와 함께 대화를 주장하고 있고, 사드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그가 당선되면 한국 외교는 큰 변화는 아니지만 새로운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본 “탄핵은 일본에 마이너스”=일본 정부는 박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무산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차질을 빚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재팬타임스는 11일 한국의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는 방안으로 일본에 대한 강경 대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외무성 고위간부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은 한·일 관계에 마이너스”라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차기 한국 대통령 측과의 대화 채널을 복원하기 위해서라도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조기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재팬타임스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부산 주재 일본총영사관 앞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에 반발해 지난 1월 9일 나가미네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한국 ‘탄핵 결정’을 바라보는 주변 강대국들의 복잡한 시선
입력 2017-03-12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