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현대차 정몽구 회장 이사 재선임 찬성할까

입력 2017-03-12 18:30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기업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가운데 삼성전자, 현대차, SK, 롯데 등 주요 그룹 계열사들이 3월 일제히 주주총회를 연다.

주요 계열사들이 검찰 수사 등을 의식해 당분간 보수적인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여 대표이사 교체 등 큰 변화는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번 주 총 211개 상장사가 주총을 실시한다. 특히 17일에는 현대차그룹, LG그룹, 네이버, 카카오 등 110개사의 주총이 몰려있다. 24일에는 삼성그룹, SK그룹, 롯데그룹 등이 주주총회를 연다.

삼성은 당분간 리더십 교체 없이 현 경영진으로 사업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는 24일 주주총회를 열고 안건을 처리한다. 이번 주총에는 지난해 재무제표와 이사 보수한도 승인 두 가지 안건만 올라와 있어 대표이사 선임 등은 결정되지 않는다.

현재 삼성전자 등기이사는 지난해 10월 선임된 이재용 부회장과 반도체·부품(DS) 부문 대표이사 권오현 부회장, IT·모바일(IM) 부문 대표이사 신종균 사장,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이사 윤부근 사장 등 4명이다.

삼성은 그동안 미래전략실이 사장단 인사를 내정하고 주총에서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인사를 해왔다. 하지만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이사회를 중심으로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최근 삼성SDI는 이사회에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전영현 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현대차는 17일 주총에서 정몽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하지만 일부 주주들이 정 회장 재선임에 반대하고 있고, 지분 8.02%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어떤 결정을 할지 불투명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2008년, 2011년에는 정 회장 이사 재선임에 반대했으나 2014년에는 찬성했다. 국민연금은 “장기적 주주가치를 증대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것이 주주가치보다는 삼성그룹에 대한 특혜로 비춰져 특검 수사의 표적이 됐던 선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24일 롯데칠성음료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될 전망이다. 이로써 신 회장이 사내이사로 있는 계열사는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롯데칠성음료 등 6곳이 된다. 주력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리더십에 변화를 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다. 네이버는 17일 주주총회에서 휴맥스홀딩스 변대규 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변 회장은 네이버의 일상적인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기타비상무이사로 글로벌 시장 공략 경험 등을 조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는 SNS 패스모바일의 송지호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이로써 카카오 사내이사는 김범수 의장, 임지훈 대표, 송지호 대표 등 3인 체제로 구성된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