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사드 배치 전제로 北 미사일 방어훈련

입력 2017-03-12 17:55

유사시 한반도 전면전을 상정한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이 13일 시작된다. 군 당국은 12일 “연례적인 방어연습인 키리졸브 연습을 13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훈련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전제로 한 미사일방어훈련도 실시된다.

키리졸브 연습은 지난 1일 시작된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 훈련’과 달리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시되는 지휘소연습(CPX)이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 증원전력을 신속히 전개하기 위한 한·미 간 군사 연습이다. 해외에서 증원되는 미군 병력과 장비를 최전방 지역까지 신속 배치하는 절차를 숙달한다. 증원전력 전개와 격퇴 등 모든 과정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점검한다. 사드운용 훈련은 북한 미사일이 전시 미 증원병력이 도착해 전개되는 부산 등 주요 항만을 타격하는 것을 상정해 실시할 계획이다.

북한은 지난해 7월 탄도미사일 3발을 훈련발사하면서 “남한의 항구와 비행장을 선제타격하는 것을 목표로 사거리를 제한해 탄도로켓(미사일) 발사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조선중앙방송은 “미제의 핵전쟁 장비들이 투입되는 남조선 작전지대 안의 항구와 비행장들을 타격하는 것을 모의했다”고 보도했다. 한·미 군 당국은 과거 연합훈련 시 미 본토 사드 포대와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부대를 한반도에 긴급 전개해 운용하는 훈련을 실시했지만 올해는 배치를 전제로 훈련한다.

키리졸브·독수리훈련 기간 미국 전략무기들이 대거 한반도에 전개된다. 대북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이고 한국 대(對)한반도 방어의지를 과시하기 위해서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는 15일 부산항에 입항한다. 칼빈슨호는 F/A-18 슈퍼호넷 전투기, E-2C 조기경보기,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등 80여대의 항공기를 탑재해 움직이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유사시 한반도에 가장 먼저 전개되는 주일 미 해병대의 F-35B 스텔스 전투기 편대도 이달 중 투입 예정이다.

군은 국내 정치적 혼란기를 틈탄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증강된 대비태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키로 했다. 군 관계자는 12일 “훈련기간 연합감시자산이 총동원된다”며 “독수리훈련이 종료되는 4월 30일까지 대북 경계 및 강화태세가 유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군은 북한의 다양한 도발 양상에 대비하고 있으며 북한의 6차 핵실험 실시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사이트 ‘38노스’는 10일(현지시간) 북한이 역대 최대 규모의 6차 핵실험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38노스는 최근 촬영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북쪽 갱도 입구에서 상당한 규모의 굴착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과거 ‘서쪽 갱도’로 불렸던 이곳은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을 포함해 모두 4차례의 실험이 실시된 곳이다.

이 사이트는 “만탑산 북쪽 갱도에서 계속되는 굴착작업은 상당히 높은 폭발력을 지닌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굴착작업 규모로 볼 때 추가 핵실험의 폭발력이 28만2000t에 달할 것이라고 38노스는 추정했다.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당시 38노스가 추정했던 폭발력은 1만5000∼2만t이었다. 38노스의 분석이 맞는다면 6차 핵실험 규모는 5차 핵실험보다 최고 14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