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 결정에 불복 시사한 전직 대통령

입력 2017-03-12 17:31 수정 2017-03-12 21:27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직후 집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몇몇 친박계 의원을 만나 이렇게 입장을 표명했다.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스럽다”고도 했지만 헌재의 탄핵 결정에 마음속으로 승복하지 못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수 국민들이 헌재 선고에 승복과 통합을 바라는 입장 표명을 원했지만 그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이런 발언은 대통령까지 지낸 최고 정치 지도자가 취할 자세가 아니다. 게다가 작금의 혼란을 더 부추길 수도 있다. 당장 야권은 불복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선 헌재의 파면 선고에 억울한 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광장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불복 입장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 일부 인사들은 재심 청구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 등 일부 야권 인사들은 촛불집회에 참석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광장에서 헌재 결정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혼란과 분열이 계속되고 있는 데는 그의 책임이 분명히 존재한다.

더 이상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어선 안 된다. 결론이 내려진 만큼 광장의 혼란과 분열은 중단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박 전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 최후변론 서면진술서에서 “어떤 상황이 오든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었다. 전직 대통령이 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그 중심에 서 있어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