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우름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입력 2017-03-12 17:30
이젠 분노와 갈등을 끊어내야 한다. 우리는 대통령 탄핵을 통해서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확인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적 가치도 재천명했다. 혼란 속에서도 질서를 잃지 않았고, 갈등 속에서도 평화와 화합의 정신을 잊지 않았다. 우리 국민은 새로운 시대를 열 충분한 자격이 있고, 또한 그래야 한다. 정치 지도자들은 이런 국민의 자존과 긍지를 뜨겁게 끓어오르는 용광로 쇳물처럼 하나로 묶어내는 아우름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이는 국민의 명령이자 역사적 과제다.

대통령 탄핵은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다. 탄핵 인용을 외치며 촛불을 들었던 국민도, 탄핵 기각을 주장하며 태극기를 흔들었던 국민도 이제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적대시하고, 갈등과 분열을 지속한다면 미래는 없다. 우리는 승자도 패자도 아니다. 대통령 탄핵에 환호작약(歡呼雀躍)해서도 안 되며, 반대로 눈물 흘리며 슬퍼할 일도 아니다. 적폐를 일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임을 확인하는 과정이고 헌법적 절차이듯이 헌재 판결 또한 헌법적 결과다. 뒤집힐 수도 없고, 뒤집혀서도 안 된다. 불가역적(不可逆的)인 것이다. 일각에서 헌재 결정을 원천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절제하고 또 절제해야 한다. 헌법재판관 전원이 만장일치 탄핵인용 결정을 내린 것도 헌법적 판단을 넘어 승복과 통합, 하나된 대한민국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선고에서 “어떤 경우에도 법치주의는 흔들려선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가야 할 가치다.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이 종식되기를 바란다”고 천명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새로운 역사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 분노와 갈등으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은 없다. 그 끝은 파멸뿐이다. 탄핵 이전과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이젠 사랑과 포용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발전을 이룰 수 있고, 선진국으로의 진입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국민들 가슴 깊이 자리 잡은 슬픔을 다독이는 치유의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또한 상대 주장이 내 생각과 다를지라도 포용해야 한다. 때로는 한 발 양보하고 물러서는 것이 더 큰 승리를 가져다준다는 교훈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싫다고 나라를 버릴 수 없다. 잘난 나라든 못난 나라든 대한민국은 우리나라고, 우리는 이 나라의 주인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외교안보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부문에서 국내외 상황은 매우 급박하고 어렵다. 머뭇거릴 여유도 없다. 북핵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사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선택의 폭은 매우 좁다. 특히 대통령 선거가 채 두 달을 남겨두지 않았다. 정치권은 급속도로 대선 정국으로 흘러갈 것이다. 각 당 대통령 후보가 조만간 결정될 것이고, 이들에게 정치적 유혹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오롯이 국민과 국가만 바라봐야 한다. 광장의 에너지를 통합과 화합의 에너지로 치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점에서 19대 대선은 위기이자 기회다. 정치가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을 편하게 하는 것이라면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통합에 나서야 한다. 광장의 직접민주주의는 대의정치의 실종이 초래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책임이 작지 않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매몰돼 편들기를 하거나 분열을 부추긴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 지도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