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강준영] 중국 사드 대응전략의 虛點

입력 2017-03-12 17:32

중국이 그토록 원치 않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가 시작됐다. 사드 배치를 자국 안보이익과 동아시아 전략 균형을 훼손하는 미국의 대중 전략으로 인식하는 중국은 국수주의적 반한(反韓) 정서까지 조장하면서 한국 기업과 제품에 대해 ‘비공식’을 가장한 실질적 경제보복을 확대하고 있다. 북핵이 원인인 사드 문제로 한·중이 대립하는 비정상적인 갈등이 지속되면서 양국은 수교 2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모든 국가는 자국 이익 극대화 원칙에 따라 정책을 집행한다. 사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판단이나 중국의 판단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결연한 반대’를 천명하면서 ‘중국식’ 압박으로 사드 배치를 철회시키려는 중국의 시도는 일단 실패했다. 이는 북핵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덮어두고 사드라는 수단을 본질화했기 때문이며, 북핵 문제가 북·미 간 사안이라면서도 사드를 빌미로 한국에 화풀이하는 전술적 실책을 범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는 자유무역 수호자를 강조하는 ‘세계적 국가 중국’의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중국의 대북 인식과 북핵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북핵 문제의 악화는 북한과의 특수 관계를 내세우는 중국의 맹목적인 포용 전략과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강조한 한·미 모두의 공동 책임이다. 북한이 여전히 주변의 우려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을 정책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있고,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도 정리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의 대북 영향력 발휘 국가인 중국도 생각해볼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중국이 확고한 통제력도 없이 여전히 북한이 전략적 자산이라는 판단에 따라 무조건적 ‘북한 끌어안기’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산 석탄수입 금지조치 발표 이후 ‘비겁’하고 ‘저급’하며 ‘미국에 휘둘린다’는 북한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북한을 포용하는 중국을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이 전략적 이유로 결코 북한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계속 북한에 주는 것과 다름없다. 분명한 대북 제어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북한 포용은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미온적이라는 이미지와 불신을 초래할 뿐이다.

둘째, 2차 대전 이후 강대국 간 암묵적으로 설정된 전략 균형(strategy equilibrium)에 대한 지나친 강조도 문제다. 때문에 북핵 위협에 직접적으로 시달리는 한국의 안보이익은 철저히 무시하는 패권적 심리까지 보이는 것이다. 이는 중국 견제가 뚜렷한 미·일동맹과 북핵 위협에 대비한 한·미동맹의 차별성에 대한 불인정으로 이어져 모든 것을 중국 견제전략으로 간주하게 된다. 이러한 인식하에 진행되는 사드 보복은 한국의 친중 세력을 실망시켰고 민간의 반중 정서마저 고양시키고 있다. 민족감정이 상하면 봉합이 쉽지 않다.

셋째, 동일 사안에 대한 일관된 잣대 적용이 필요하다. 남중국해 도서를 매립한 후 미사일을 설치하고 ‘자국 영토에 방어시설을 배치하는 것은 국제법이 주권 국가에 부여한 권리로 어떠한 경우에도 합법’이라고 주장한 중국이 한국의 북핵 방어시설을 주권국 한국이 자국 영토에 배치하는 게 안 된다면 어불성설이다. 한국 입장에서 자국 이익에 따라 이중적 기준으로 ‘힘자랑’을 일삼는 것처럼 보이는 중국을 이해하기는 실로 어려운 일이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 한국에 새 정부가 출범해도 그 위협이 줄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북한과 한·미의 자제만을 강조한다. 유체이탈 화법과 다름없다. 한·미의 대북정책 변화도 중요하지만 중국의 정확한 북핵과 북한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지면 북핵이라는 본질에 접근하는 한·미·중 협력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

강준영(한국외대 교수·중국정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