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후보들 고지 선점 …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가 ‘판’ 흔들수도
입력 2017-03-11 05:02
박근혜 대통령 파면으로 ‘5월 대선’이 확정됐다. 선거법상 60일 안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촉박한 일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발 빠르게 조기대선 절차에 착수했다. 선관위는 10일부터 제19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실시했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 선거사무소 설치, 선거운동용 명함 배부, 직접통화 방식의 선거운동, 공약집 발간·판매를 할 수 있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나 공관 방문을 통한 국외부재자신고 접수도 시작됐다.
대선 투표일은 탄핵소추안 인용 후 60일째인 5월 9일이 유력하다. 선거일 공고를 감안하면 대선이 가능한 날짜는 4월 29일∼5월 9일이지만, 주말과 공휴일을 피할 경우 5월 9일이 유력하다는 게 선관위 분석이다.
현직 대통령 파면도 초유의 일인데, 조기 대선도 유례없이 급박한 일정이다. 여야 정당들은 후보를 확정하지 못했고, 대부분 후보 확정 일정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상태다. 대선 후보 등록시점은 4월 15∼16일이다. 4월 17일부터는 22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각 당은 늦어도 4월 초까지는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국민들도 촉박한 대선 일정 탓에 각 후보들을 꼼꼼히 살펴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 강력한 정권교체 여론을 등에 업고 ‘본선 같은 예선’을 준비해 왔다. 경선 선거인단 모집은 9일 마감한 1차 신청자만 163만명을 웃돌아 흥행에 성공했다. 2차 선거인단 모집은 12∼21일 열흘간 진행된다. 민주당은 1·2차 합산 선거인단이 220만명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시장 등 당내 주자들의 지지율 합계는 60%에 달한다. 정당지지율도 50%에 육박할 만큼 조기 대선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다른 정당들은 경선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민의당은 10일에서야 ‘현장투표 80%, 여론조사 20%’를 반영하는 경선 룰 협상을 매듭지었다. 현장투표 반영비율 등을 놓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간 신경전이 계속되자 박지원 대표 등 지도부가 개입한 끝에 급한 불을 껐다. 바른정당은 28일까지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지만 바닥권인 당과 후보 지지율로 고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30일까지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초단기 대선 레이스임에도 불구하고 변수는 많다. ‘예선이 본선’이라는 민주당 경선 결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 후보군들의 움직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지사의 움직임, 이른바 ‘반문(반문재인) 연대’의 실현 가능성 등이다.
일단 야권 쏠림 가속화에 이은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으로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비판여론이 거세 보수정당들이 민심을 회복하긴 쉽지 않다. 선거기간이 짧아 보수 세력들이 반전 드라마를 쓸 물리적 시간도 부족하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들은 검찰의 칼끝이 박 전 대통령을 본격 겨냥하면 이른바 ‘샤이 보수’가 움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보수 지지층이 목소리를 내면 여론 뒤집기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구심으로 한 ‘비패권연대’가 가속화할 수도 있다. 유승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손 전 의장 등과 연쇄접촉을 해온 김 전 대표가 탄핵심판 이후 본격 행보에 나서면 민주당 비주류는 물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흔들릴 것이라는 기대다. 중도성향 정당이 각각 대선후보를 선출한 뒤 후보 단일화 등의 ‘선거 연대’를 통해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양자대결을 펼치는 것이 제3지대 세력의 구상이다. 다만 선거기간을 고려하면 당 대 당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탄핵 인용으로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간 박 전 대통령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에서 해방된다. 보수진영 행사에 참여하거나 자신의 억울함을 적극 호소하면서 보수층 결집에 나설 수 있다.
글=백상진 이종선 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