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朴 대통령 거짓 언행 일일이 짚으며 “국민 신임 배반” 일침

입력 2017-03-11 00:01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긴장 속에서도 차분하게 주문을 읽고 있다(위 사진). 아래는 오전 8시쯤 머리에 분홍 헤어롤 2개를 꽂은 채 서둘러 헌재로 출근하는 이 권한대행의 모습. 헌재는 "어제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하고 아침에 너무 정신없이 나오다 보니 머리도 헝클어지고 엉망이었다"고 전했다. 가수 윤종신씨는 "짠하고 뭉클했다. 이 아름다운 실수를 잊지 못할 것"이라고 인스타그램에 썼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날 올림머리를 하느라 현장점검을 지체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비된다는 반응이 많다. 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헌법재판소는 10일 89쪽에 이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문을 통해 거짓말로 드러난 그간의 박 전 대통령의 주장을 하나하나 짚었다. 소추 사유와 관련된 박 전 대통령의 언행에 대해 헌재는 “진실 되지 않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등이 문제로 대두되자 3차례 대국민 담화와 1차례 출입기자 간담회, ‘정규재tv’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입장을 내놨다. 주로 사과와 억울함이 뒤섞인 내용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문건 유출이 불거진 이후인 지난해 10월 25일 1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취임 후 일부 자료에 대한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엔 그만뒀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는 “최씨가 국정에 개입한 기간과 내용 등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유출된 문건은 연설문이나 말씀자료에 불과하다고 한 박 전 대통령 주장 역시 헌재는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정호성 전 비서관의 진술을 근거로 인사 관련 문건, 민정수석비서관실 보고서, 순방 자료 등이 최씨에게 넘어갔다고 봤다. 헌재는 “보안이 철저히 유지되는 청와대에서 많은 문건이 오랜 기간 외부로 유출된 것은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 지시나 묵인 없인 불가능한 일”이라며 “피청구인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건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역시 “모든 건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거란 바람에 추진된 일”이라며 최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는 이어진 기자간담회나 정규재tv 인터뷰 등을 통해서도 계속 유지된 논리였다.

그러나 헌재는 “피청구인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재단 설립) 관련 증거를 없애고 (청와대 주도가 아닌 전경련 주도라고) 위증을 지시할 이유도 전혀 없다”며 박 전 대통령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주문 선고 바로 직전 박 전 대통령이 2차 대국민 담화 당시 국민에게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약속한 말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고 꾸짖었다. 결정문엔 해당 부분이 “피청구인은 자신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 대신 국민을 상대로 진실성 없는 사과를 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피청구인의 이러한 언행을 보면 헌법수호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적혔다.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