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도중 박근혜 대통령 파면 소식을 전해들은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가 검찰 구치감에서 대성통곡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 등의 7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최씨의 조카 장시호(38·구속 기소)씨는 “조금 전 이모가 대통령이 탄핵된 것을 알고 대성통곡했다. 가슴이 아팠고 심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는 것 같다”며 울먹였다. 이날 오전 재판 직후 검찰 내 구치감에서 대기할 때 최씨가 목놓아 울었다는 얘기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40여년 질겼던 인연은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박 전 대통령은 10일 헌법 및 법률 위배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가장 어려운 시절 그의 곁을 지켰다던 최씨는 희대의 국정농단 주범이 됐다. 수십년 동안 서로 의지했던 두 사람 관계가 서로를 파국으로 이끌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보다 네 살 어리다. 그는 20대 초반부터 박 전 대통령의 말동무이자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인연은 최씨 아버지 최태민씨로부터 시작됐다. ‘영세교 교주’로 알려진 최태민씨는 자신의 3남6녀 중 다섯째 딸인 순실씨를 ‘박근혜 영애’에게 소개했다.
최태민씨는 1974년 육영수 여사 사망 후 실의에 빠져 있던 박 전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편지를 보낸 것을 계기로 박 전 대통령과 가까워졌다. 그는 자신의 꿈에 나타난 육영수 여사가 ‘내 딸 근혜가 우매하니 가서 그녀를 도우라’고 했다는 내용을 편지에 썼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최태민씨를 ‘멘토’처럼 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민씨는 박 전 대통령의 후광을 빌려 각종 사업에 손을 댔고 최순실씨에게도 사업을 맡겼다. 최태민씨는 자신이 세운 단체인 ‘대한구국선교단’에 박 전 대통령을 명예총재로 추대했고, 최순실씨에게는 대한구국선교단 산하 새마음봉사단의 대학생 총연합회장을 맡도록 했다. 최순실씨는 박 전 대통령이 이사장이던 육영재단 부설 유치원을 강남에 차렸으며, 한국문화재단 부설 연구원 부원장을 맡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더욱 가까워졌다. 18년간 지속된 박 전 대통령의 칩거 생활을 곁에서 도운 사람이 최순실씨였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2006년 지방선거 유세에서 ‘커터칼 테러’를 당했을 때도 박 전 대통령 자택을 드나들며 간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전 남편 정윤회씨가 1996년 박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은 뒤부터 최씨는 더욱 철저히 자신의 존재를 숨겼다. 최씨와 정씨의 관계가 멀어지면서 정씨는 박 전 대통령 곁을 떠났다. 그러나 최씨는 박 전 대통령 비선참모 역할을 계속했다. 박 전 대통령의 남동생 지만씨 표현대로 둘의 관계는 ‘피보다 진한 물’이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삼성 433억원 뇌물수수 혐의의 공범이라는 게 특검 수사 결과다. 박영수 특검은 두 사람의 관계를 “너무 너무 가까운 사이”라고 평했다.
오랜 시간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이어온 ‘최순실 일가’의 재산은 2730억원으로 파악됐지만 구체적인 재산 형성 과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최태민씨가 각종 사업으로 확보한 재산이 최씨 일가 재산의 기초가 됐다는 의혹들은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앞선 검찰 수사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불법적 설립과 774억원 강제 모금을 최초 기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압박·강요가 있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최씨는 박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주는 등 서로 약 40년간 개인적 친분을 유지했다. 특히 제18대 대선 과정에서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활동을 한 사람”이라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국민 담화에서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라고 최씨와의 친분 관계를 시인했다.
두 사람의 길었던 40년 인연이 어떻게 결론 내려질까.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가 악연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향후 검찰 수사와 법정 공방에서 죗값을 덜기 위해 서로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막장 드라마’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경택 노용택 기자 ptyx@kmib.co.kr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소식에… 최순실 ‘대성통곡’
입력 2017-03-11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