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적벽’] 정동극장, 판소리 음악극으로 내·외국인 겨냥 ‘두 토끼’ 잡으려다 모두 놓칠라

입력 2017-03-12 18:52
판소리 ‘적벽가’를 원작으로 음악과 무용을 결합한 ‘적벽’의 한 장면. 올해부터 전통 기반 레퍼토리 극장으로 변신을 꾀한 정동극장이 내놓은 첫 작품이다. 정동극장 제공

정동극장은 국내 관객과 외국인 관광객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살아있는 한국 전통공연의 산실’이 될 수 있을까.

지난해까지 외국인 관광객 대상 상설공연장이었던 정동극장은 올들어 전통 기반의 레퍼토리 극장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손상원 정동극장장은 “공연관광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관객은 물론 외국인 관객에게도 한국 전통을 쉽게 보여줄 수 있는 극장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창작ing’라는 기획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그 첫 번째 작품으로 지난 1일 ‘적벽’(대본 및 연출 정호붕)을 무대에 올렸다.

‘적벽’은 지난해 대구뮤지컬페스티벌 대학생 부문 우수상,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주관 전국 대학생 연극·뮤지컬 축제인 H-스타 페스티벌 금상을 받았던 중앙대의 ‘적벽무’를 확장시킨 것이다. 판소리 ‘적벽가’를 원작으로 음악을 강화하고 무용을 접목한 작품으로 창극과뮤지컬의 교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판소리 음악극을 표방한 ‘적벽’은 국내·외 관객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는커녕 자칫 둘다 놓칠 위험이 있어 보인다.

원래 판소리 ‘적벽가’는 다섯 바탕 중에서도 소리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한자 표현이 유난히 많아 요즘 관객에겐 쉬운 작품이 아니다. ‘적벽’의 경우 타악을 기반으로 한 국악기와 건반·베이스 등이 결합된 라이브 연주가 생동감이 넘치고, 대학생이 상당수 포함된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와 움직임이 돋보이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아쉬운 부분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젊은 배우들의 소리와 연기력 부족이다. 합창이나 군무 장면은 그나마 괜찮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유비 관우 장비 조조 조자룡 등 주요 캐릭터가 나오면 드라마의 힘이 확연히 약해진다.

게다가 각 장면이 시작할 때마다 제목과 내용이 자막으로 나오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사나 노랫말이 잘 들리지 않거나 이해할 수 없어서 답답하다. 국내 관객이 이런 정도라면 과연 외국인 관객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공연장의 규모가 크지 않아 아름다운 미장센을 만들기 어려웠을 수 있으나 좀더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지 않은 점이 아쉽다. 이 작품의 경우 모든 배우가 부채를 들고 나와 바람이나 불길을 표현하는 등 재치있게 사용한다. 다만 부채 색깔을 이용해 위·촉·오 삼국을 구분하는 등 좀더 효율적이고 다양하게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정동극장의 경우 ‘미소’를 빼면 그동안 선보였던 상설공연들이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배비장전’과 ‘가온’은 대표적이다. 정동극장이 레퍼토리 극장으로 새롭게 변신하려면 창작역량의 강화가 시급해 보인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