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사유에 포함되지 못했다. 8인의 헌법재판관은 이 비극적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이 관저에만 머물렀다는 사실을 결정문에서 분명히 지적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참사 현장에서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하는 등의 구체적 행위를 해야 할 의무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탄핵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10일 “세월호 참사는 참혹하기 그지없었다”며 “모든 국민에게 큰 충격과 고통을 안겨준 참사라는 점에서 어떤 말로도 희생자들을 위로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이 참사 당일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탄핵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국회 소추위원단은 국가가 재난 상황에서 국민 생명·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헌법 제10조)를 박 전 대통령이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또 긴급 상황에서 사실상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아 대통령으로서 직책을 성실히 수행해야 할 의무(헌법 제69조)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헌재는 이 탄핵 사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로 많은 국민이 숨졌고 박 전 대통령의 조치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해서 곧바로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해야 할 의무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헌법적 의무는 맞지만 사법적 판단 대상이 되긴 어렵다”며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헌재가 면죄부만 준 건 아니었다.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은 불성실했다”고 못박았다. 두 재판관은 “박 전 대통령은 늦어도 그날 오전 10시까지 청와대 상황실로 갔어야 했다”며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시점부터 약 7시간 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하기까지 관저에 머물며 상황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전화 지시만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민이 국정 최고책임자의 지도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은 전쟁이나 재난 등 국가 위기가 발생한 상황”이라며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4월 16일이 바로 이런 날이었다”고 했다. 이어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가위기 상황에서 불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유산으로 남겨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사유만으로 대통령직을 파면하기는 어렵다는 건 두 재판관도 다수 의견과 같았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언론자유 침해 부분(헌법 제21조 1항 등)도 박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난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압력을 행사했는지 불분명하다며 파면 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국회 측은 2014년 11월 24일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조한규 사장을 박 전 대통령이 사임케 하고 세계일보에 추가 보도를 자제토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글=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세월호’ 소추 사유로 인정되진 않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참사 당일 행적 불성실”
입력 2017-03-10 17:56 수정 2017-03-10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