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근혜 대통령 파면으로 명실상부한 국정운영 최고 책임자가 됐다.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라는 명칭은 그대로다. 하지만 탄핵 결과 발표 전과 비교할 때 무게감이 더해졌다. 특히 사드 배치, 북한의 도발 같은 외교·안보 현안에서 황 권한대행의 의중이나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물론 정권교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만큼 전 정부 인사로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황 권한대행은 10일 “우리 모두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갈등과 대립을 마무리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촛불과 태극기를 든 마음은 모두 나라를 걱정하는 애국심”이라며 “더 이상 장외집회를 통해 갈등과 대립을 확대하는 이런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집회 중 발생한 사망 사건을 거론하며 “이제는 광장이 아니라 국회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선 공정 선거관리를 포함한 국정운영 방침도 나타냈다. 황 권한대행은 “차기 대선까지 남은 기간이 짧은 만큼 관련부처는 선거일 지정 등 필요한 준비를 서둘러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공직자의 선거 중립에도 만전을 기하고, 정권 인수인계 작업에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법무부와 경찰에는 도심 집회가 격화되지 않도록 불법행위에 대해 강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곧바로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황 권한대행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때까지 강력한 대북제재·압박을 지속하고, 미국 등 주변국들과의 소통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부터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조직 다잡기에 들어갔다. 탄핵 결과가 나온 직후 국방·외교·행자·기재부 등 주요 부처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긴급 지시를 전달했다. 황 권한대행은 장관들에게 “대통령 궐위라는 비상상황에 직면했다”며 전군 경계태세 강화, 치안 유지, 대외 신인도 관리 등의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저녁엔 김용덕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공정한 대통령 선거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책임졌던 청와대 참모들은 당분간 황 권한대행을 계속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지만 국정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황 권한대행에 대한 보좌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조기대선으로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새 정부가 닻을 올려야 하는 만큼 원활한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서라도 청와대 참모들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부 참모가 사퇴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조기대선 체제가 막이 오르면서 황 권한대행의 출마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지만 출마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헌재 결정으로 선거 관리자의 책임을 부여받은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고 출마를 결정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황 권한대행이 이날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해 ‘선수’가 아닌 ‘심판’ 역할에 충실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글=김현길 조성은 기자 hgkim@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황교안 대행, 넘버2서 1으로… 국정운영 최고 책임자 부상
입력 2017-03-10 18:05 수정 2017-03-10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