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운명 달라지나… 美 “긴장”-中 “기대”

입력 2017-03-10 18:34 수정 2017-03-10 21:27
미국 CNN방송은 10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 직후 홈페이지를 통해 ‘Park Out(박근혜 퇴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전 세계에 긴급 타전했다. 아래 사진은 ‘헌법재판소가 스캔들에 휩싸인 한국 대통령을 몰아내다’라는 영국 BBC방송의 기사. CNN·BBC 캡처

박근혜 전 대통령의 10일 탄핵 결정 소식에 한반도 주변국들도 앞다퉈 입장을 내놓으며 기민하게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차기 정부와의 ‘변함없는 협력’을 강조했고, 중국은 박 전 대통령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결정 사실을 비판했다.

미 국무부 마크 토너 대변인대행은 논평에서 헌법재판소 선고 뒤 “탄핵은 한국의 국내 문제로 한국 국민과 민주제도가 한국의 미래를 위해 결정한 선택이며 미국은 그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한국의 굳건한 동맹이자 친구, 파트너”라며 “한국의 새 대통령이 누가 되든 생산적인 관계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권이 교체돼도 사드 배치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국가로 일본은 한국 새 정부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2015년 12월 한·일 합의에 대해 “한국의 새 정부에 성실한 이행을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웃국가인 한국이 어서 빨리 안정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 재임 때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해 양국 관계에 영향을 줬으며 이에 대해 중국은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혔었다”고 배치 결정을 거듭 비판했다.

중국 언론들도 사드 배치 결정의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했다. 신경보는 ‘한국 차기 대통령 후보들 중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제외하고 나머지 4명의 유력 후보가 사드 배치에 대해 중립 또는 반대 의견으로 기울어진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관영 CCTV도 전국인민대표대회 생방송 회견을 중단하면서 헌재 판결을 생중계로 연결해 한국의 정권 교체 전망을 다뤘다.

미 언론들은 미·중 갈등이 커져가는 와중에 한국의 정치상황이 급변한 점을 주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야당 지도자들은 북한에 대한 한·미의 대응전략을 재검토하고 중국과의 갈등을 완화하겠다고 말하고 있어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물러남으로써 수십 년간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박정희식) 권위주의적 정치와 경제질서가 퇴장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5월 대선에서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회의적이고 북한과 중국에 더 동조적인 지도자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CNN은 홈페이지에서 탄핵 소식을 전하며 ‘Park Out(박근혜 퇴장)’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AP통신은 “한국 첫 여성 대통령의 기막힌 몰락(stunning fall)”이라고 표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평화집회로 민주주의 30년 만의 역사적인 이정표가 세워졌다”고 진단했다.

NHK방송을 비롯한 일본 언론은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을 짚었다. 아사히신문은 “야권 후보들은 위안부 문제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한·일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제 한국민의 분노는 재벌을 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北 ‘朴 탄핵’ 이례적 신속 보도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헌재 선고 2시간 만에 “박근혜의 탄핵을 요구하는 남조선 인민들의 대중적 투쟁이 줄기차게 벌어진 가운데 10일 헌재가 탄핵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박근혜는 임기 1년을 남겨두고 대통령직에서 파면됐으며 앞으로 일반 범죄자로서 본격적인 수사를 받게 된다”고 전했다. 북한이 국외 정세를 이처럼 빠르게 전달한 것은 이례적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권준협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