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공법을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흘릴 지로다”(아모스 5장 24절)
안창호(사진) 헌법재판관은 10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며 성경을 인용한 장문의 보충의견을 냈다. 안 재판관은 아모스의 구절이 “불법과 불의를 버리고, 바르고 정의로운 것을 실천하라는 말씀”이라며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해 파면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적 폐습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지목했다. 안 재판관은 “대통령 권력의 과도한 집중이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를 부추긴 요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규정한 현행 헌법 권력구조의 폐해를 지적하는 데에도 보충의견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재벌기업과의 정경유착 등도 제왕적 대통령제가 낳은 대표적인 정치적 폐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 행위를 정당화하는 구실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 재판관은 정치제도 개편 필요성과 구체적인 방향을 언급하면서도 성경을 언급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협치와 공정한 권력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권력공유형 분권제로 전환하는 권력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권력행사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신뢰와 국민안전을 제고하여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 재판관은 이 부분에서 이사야 32장 16∼17절을 참조했다. “그 때에 정의가 광야에 거하며 공의가 아름다운 밭에 거하리니 공의의 열매는 화평이요 공의의 결과는 영원한 평안과 안전이라”는 구절이다.
또 이원집정부제·의원내각제 또는 책임총리제의 실질화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고, 비례대표제의 확대와 국민소환제·국민발안제·국민투표제 등 직접민주제적 요소를 강화할 필요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안 재판관은 2014년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결정 때도 보충의견을 통해 “통진당의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전복을 꾀하는 행동은 우리 생존 기반을 파괴하는 대역(大逆) 행위”라는 의견을 남겼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불법과 불의 버리고 정의 실천하라” 안창호 재판관 성경 인용 의견 눈길
입력 2017-03-11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