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법정 앞에 선 당사자의 심정”이었다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심리 내내 몸가짐을 조심했다.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지인·친지 모임에도 가지 않았다. 재판관들은 심리 초반에는 헌재 맞은편 R식당 등 단골 식당에 다녀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러나 지난달부터는 거의 자신의 방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이런 처신에도 불구하고 가짜 뉴스는 판을 쳤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말을 녹음했다는 음성파일이 녹취록과 함께 나돌았다. 재판관들의 인용·기각 심증을 ‘몇 대 몇’ 형식으로 알리는 각양각색의 ‘지라시’들은 선고 당일인 10일까지 판을 쳤다.
상당수는 여론과 달리 기각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는데, 이날 선고와 함께 무가치한 가짜 뉴스임이 재확인됐다. 재판관들은 “나도 그 지라시를 받았다”며 어처구니없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 평의와 선고 직전 평결의 구조상 애초 어불성설인 지라시였다.
헌재는 신뢰성에 의혹을 남기지 않기 위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결정 내용·선고일 등을 미리 언급한 정황이 나타나자, 헌재는 당시 재판정보 유출이 없었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경위조사위원장을 맡아 재판관들의 휴대전화 통신내역 등을 확인했다.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국정농단 사태 관련 수사기록 3만여 페이지를 복사할 때는 재판관 비서실 인력까지 투입됐다. 헌재 연구관들은 귀가도 제때 못하며 ‘2016헌나1’ 연구에 매달렸다. 변론기일마다 주요 증언과 증거의 사실관계·모순점을 정리했다. 평의 내용을 모르는 연구관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했고, 각하 의견을 뒷받침하는 보고서까지도 심도 있게 작성했다.
5기 재판부를 이끌다 1월 말 퇴임한 박 전 소장의 방은 비어 있었다. 소장실의 내부를 궁금해하는 구성원들도 많았다. 청사 내 보안은 최고 수준이었고 기자들은 여러 곳에서 출입이 제한됐다. 청사 미화를 담당하는 이들은 각 층을 이동할 때 기자가 따라 들어오는지 경계했다.이경원 기자
탄핵심판 뒷얘기… 재판관들 각별한 몸조심
입력 2017-03-1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