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없는 野만 5당… ‘60일 터널’ 통과 어떻게

입력 2017-03-11 00:02
대한민국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없는 60일간의 긴 터널에 진입했다. 이 기간 제19대 대통령 선거 준비는 물론 당면한 대내외 현안의 안정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당장 북핵·미사일 도발과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갈등 등 대외적 불안요소가 많다. 대내적으로도 악화일로의 경제 상황과 국민적 갈등을 치유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은 여당 없이 야(野) 5당으로 재편되는 등 혼란이 예상된다. 조기 대선을 관장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취가 명확하지 않고 법무부 장관은 공석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협심해 국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지만 난관이 적지 않다.

대통령 궐위에 따라 황 권한대행은 앞으로 60일간 국정운영의 총 책임을 맡는다. 하지만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꼽혀온 그가 만약 대선 출마를 위해 국무총리직을 사퇴할 경우 권한대행은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담당한다. 대통령·국무총리 권한대행이 되는 셈이다.

권한대행의 실질적 권한에 대한 이견도 있다. 황 권한대행이 임시 대통령으로서 주요 정책결정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탄핵 기각 가능성이 적지 않았던 만큼 고건 권한대행이 제한적 권한만 행사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핵 문제를 비롯해 미국의 경제 민족주의 발현, 미·중 갈등으로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중차대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60일간 정상적인 국정 중단 사태가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따라서 외교안보 등 일부 분야에선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황 권한대행이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현 위기의 상당 부분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정에서 비롯된 만큼 차기 정부에서 사태를 수습하는 게 유리하다는 평가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기자회견에서 “황 권한대행이 총체적 국정 파탄에 분명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과거 정부의 그릇된 외교안보 정책과 민생포기 정책을 즉시 동결하라”고 촉구했다.

공정한 선거관리도 대통령 권한대행의 중요한 과제다. 우선 권한대행은 차기 선거일을 지정, 공고해야 한다. 본격적인 대선의 시작이다. 현재 장기간 국정이 표류하면서 공직 기강이 흐트러지고 복지부동이 만연한 상태다. 따라서 선거 분위기에 휩쓸려 유력 대선 주자에게 줄을 대거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같은 공안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법무부 장관도 공석인 만큼 어느 때보다 선거 관리에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당분간 이어질 탄핵 찬반 집회 등 국민 갈등을 해소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도 중차대한 과제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민생 피해 사고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책 마련도 절실하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