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탄핵 결정… “대∼한민국” 다시 한번 뭉친다

입력 2017-03-11 00:02
한국과 벨기에의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이 열린 2014년 6월 27일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홍명보호’의 선전을 기원하며 응원을 하고 있다. 체육계는 분열된 한국이 스포츠를 통해 다시 하나가 되고, 활력을 되찾기를 기원하고 있다. 국민일보DB
2002 한·일월드컵 때 광화문 광장은 ‘붉은 물결’로 넘실거렸다. “대∼한민국” 응원 구호는 전 국민을 하나로 묶은 끈이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조 선두로 16강에 진출한 뒤 16강에서 이탈리아를, 8강에서 스페인을 꺾고 사상 최초로 4강에 올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계속된 경기 침체에 지쳐 있던 국민들은 ‘히딩크호의 기적’에 활력과 자신감을 되찾았다.

스포츠는 이념을 초월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위기를 극복하게 하는 동력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퇴임 전 “역사를 통해 볼 때 스포츠는 우리가 갈라져 있을 때 우리를 하나로 통합하는 힘을 발휘했다”고 스포츠의 힘을 역설했다.

대통령 탄핵 기간 광화문 광장은 두 편으로 갈라져 ‘촛불’과 ‘태극기’가 맞서 왔다. 10일 헌정 사상 처음 대통령 탄핵이 인용됨으로써 대한민국은 당분간 더욱 심한 갈등에 직면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념이 다른 국민들은 여전히 두 편으로 갈려 있고, 통합은 요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체육인들은 스포츠가 국민의 마음을 묶는 역할을 해주기를 염원하고 있다. 우선 이달부터 잇따라 열리는 축구 이벤트와 채 1년도 남지 않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치르는 ‘슈틸리케호’는 오는 23일 중국전(원정)에 이어 28일 시리아전(홈)에 나선다. 태극전사들은 화끈한 승리로 최순실 국정농단, 탄핵 등으로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4월엔 여자 축구 대표팀이 2018 아시안컵 예선을 치르기 위해 평양으로 향한다.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는 이 시점에서 윤덕여호의 평양행은 의미가 각별하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10일 “4월 7일 열리는 평양에서의 역사적인 남북 대결을 통해 탄핵국면에서 지친 국민이 위로받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경기에서는 남북 축구 사상 처음으로 평양경기장에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해빙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는 FIFA가 주관하는 대회로는 성인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U-20 월드컵이 국내에서 펼쳐진다.

곽영진 U-20 월드컵 조직위회 상임 부위원장은 “최근 우리 국민들은 경제 불황과 정치적인 혼란으로 실의에 빠져 있다. 예전부터 축구는 어려울 때마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 줬다. 이번 대회를 통해 국민들이 활력을 되찾고, 다시 하나가 되길 간절히 염원한다”고 강조했다.

평창동계올림픽도 갈라진 민심을 봉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조기 대선 실시로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평창동계올림픽의 예산은 삭감됐고, 열기는 고조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하나로 뭉쳐 한 단계 성숙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체육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 강원도 및 체육계 관계자들은 새 정부 들어서기 전이라도 평창올림픽을 지휘할 콘트롤타워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새 정부가 평창올림픽을 국정 최우선과제로 삼아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서 국민 대통합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그동안 대선주자들은 강원도를 방문해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 직후 ‘도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1년도 채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 준비가 차질을 빚지 않도록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