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 참사’ 한국야구] (하) “아마 육성·대표팀 전임 감독제 실시해야”

입력 2017-03-11 05:03

안방에서 처음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대한민국 야구사에서 최악의 ‘참사’라는 오명을 남긴 채 끝났다. 국민들은 결과 그 자체보다 경기 과정에서 드러난 투지 실종, 실력 저하 등에 대해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우물안 개구리’로 전락한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체계적인 대표팀 개편과 아마야구 육성 강화를 한 목소리로 주문했다.

SBS스포츠 안경현 해설위원은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제 한국 대표팀도 전임 감독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2013년 3회 WBC 대회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하자 전임 감독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고쿠보 히로키 감독은 2015년부터 일본 대표팀을 맡아 각종 국제대회에서 팀을 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국제대회가 있을 때마다 누가 감독을 맡을 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안 위원은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진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국제대회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다”며 “전임 감독이 프로야구 시즌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대표팀 구성에 공감했다. 양 위원은 “이제 대표팀은 2020년 도쿄올림픽 체제로 전환을 시켜야 한다. 즉흥적으로 선수 구성을 하지 말고 상비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기초’인 아마야구 육성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양 위원은 “프로야구계는 아마야구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그 바르셀로나의 운영 방식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들 구단은 직접 어린 선수들을 뽑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프로구단이 고교·대학 등 아마야구팀의 선수 육성 등에 직간접적으로 나서야한다는 의미다.

‘엘리트’ 야구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2006년 1회 WBC 대회 주장이었던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요즘 유망주들의 연습량이 과거보다 적은 게 사실이다. 운동선수들의 학업병행 이후 연습량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고교야구 최장수 지도자인 이성열 수원 유신고 감독은 “현재 한국은 어린 선수들이 운동을 많이 하는 문화가 아니다”며 “일본도 다시 엘리트 중심의 야구로 돌아갔다. 그동안 한국 야구가 성장한 이유는 온전히 한발 더 뛰어서 만든 땀의 결실”이라고 주장했다.

국가대표의 일원으로서 애국심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 위원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우리나라보다 목표의식과 애국심이 강한 나라가 많다는 걸 느껴야 한다”며 “대표팀은 ‘대한민국’만 생각해야 한다. 대표팀에 스타 개개인이란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번 대회에서 문제된 몇몇 선수들의 해이한 정신상태를 꼬집은 것이다. 모규엽 박구인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