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정치권 원로들은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을 계기로 ‘이제는 정치권이 나서서 국민 통합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정 의장은 탄핵 인용 후 국회 사랑재에서 대국민 담화 발표를 통해 “국민 모두 겸허히 받아들이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 의장은 “이번 탄핵은 국민의 요구로 시작돼 국민의 의지로 이뤄낸 결과이자 부끄러운 과거와의 결별”이라고 평가한 뒤 “이제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또 “국회와 정부는 국정공백 사태를 최소화하고 당면 현안을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다음주 초 여야 4당 원내대표와 만나 향후 정국 해법을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원로들은 탄핵심판 결과에 대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오늘의 결과는 한마디로 사필귀정”이라며 “정치권 전부 대오각성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도 “전원일치라는 데서 확인됐듯 사필귀정”이라며 “일부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반발하더라도 정당성을 잃어버린 주장이라 크게 오래가진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로들은 정치가 국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통합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상임고문은 “정치지도자, 특히 대선주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노력해 국민들이 결과에 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화합과 통합을 위한 정치권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한 것이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국민들이 더 이상 서로 상처를 주지 않도록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며 “이제는 정책을 통해 그동안 쌓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이제는 여당도 없어졌고 대통령도 유고됐으니 일종의 권력 공백상태나 다름없다. 각 정당이 협력해 갈등과 혼란을 빨리 종식하도록 국회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특히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적 역할을 주문했다.
광장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촉구하는 의견도 많았다. 임 전 의장은 “각자의 주장과 요구를 선거를 통해 반영하도록 노력하는 성숙한 민주사회의 시민의식과 태도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역시 “전 세계인의 이목이 우리에게 집중돼 있다. 대한민국이 정말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들이 살고 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갑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은 “탄핵 국면에서 박 전 대통령이 보수에게 너무 큰 상처를 주고, 너무 큰 죄를 지었다. 그를 지지했던 입장에선 허망하고 분노하는 게 충분히 이해는 된다”며 일부 보수 지지자들의 상실감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민주국가에선 받아들여야지 다른 방법은 없다”며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더 이상 국민 상처받지 않도록… 정치가 나서자”
입력 2017-03-11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