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권력의 원천 화합·치유의 길로 가야” 이정미 대행, 주문 선고 앞서 강조

입력 2017-03-10 17:37 수정 2017-03-11 01:02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긴장 속에서도 차분하게 주문을 읽고 있다(위 사진). 아래는 오전 7시 50분 머리에 분홍 헤어롤 2개를 꽂은 채 서둘러 헌재로 출근하는 이 권한대행의 모습. 헌재는 “어제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하고 아침에 너무 정신없이 나오다 보니 머리도 헝클어지고 엉망이었다”고 전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뒷머리에 클립을 하고 출근하는 장면. 이것이 바로 일하는 여성의 진짜 모습이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는 글을 남겼다. 가수 윤종신씨는 “짠하고 뭉클했다. 이 아름다운 실수를 잊지 못할 것”이라고 인스타그램에 썼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날 올림머리를 하느라 현장점검을 지체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비된다는 반응이 많다. 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10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앞서 국민의 힘에 기반을 둔 헌법의 가치를 강조했다. 또 이번 판결을 통해 탄핵 찬반으로 갈라져 혼란스러웠던 정국이 수습되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권한대행은 우선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헌법과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봐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뤄지는 이 선고가 국론 분열,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이라는 소회도 밝히며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께서도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많은 고민과 고뇌의 시간을 보내셨을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9일 ‘2016헌나1 대통령(박근혜) 탄핵’ 사건을 접수한 이후 91일 동안 심판을 진행했다. 휴일을 제외한 약 60일간 매일 재판관 평의를 진행했고, 재판과정 중 이뤄진 모든 진행과 결정은 재판관 전원의 논의를 거쳤다.

헌재는 또 3차례의 준비기일과 17차례에 걸친 변론기일을 열었다. 모두 84시간50분이었다. 총 38명의 증인을 채택해 이 중 26명에 대한 신문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작성된 증거자료만 4만8000여쪽에 달한다. 당사자 이외 사람들이 제출한 탄원서 등의 자료들도 40상자 분량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