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원수 탄핵 남미가 最多… 美·유럽 사례 한 건도 없어

입력 2017-03-11 00:03
현대 주요 국가들은 각각 국가원수를 파면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탄핵절차가 종결되기 전에 스스로 사임한 경우가 많았고, 탄핵으로 이어진 경우는 손에 꼽는다.

10일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가장 최근에 파면된 국가원수는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다. 재정적자를 감추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8월 31일 탄핵됐다. 전체 상원의원 81명 중 3분의 2 이상인 61명이 찬성해 탄핵안이 가결됐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한국과 달리 브라질은 상원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이 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직 대통령 탄핵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1974년 민주당 사무실 도청사건(워터게이트)으로 탄핵절차가 진행됐지만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은 그해 8월 하원의 탄핵안 표결 직전에 사임했다.

그보다 한 세기 전인 1868년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이 국방장관 부당해임 및 의회모독 등 혐의로 탄핵 위기에 몰렸으나 상원의 탄핵표결이 정족수 1표 미달로 부결됐다. 1998년 르윈스키 성추문 사건에 휘말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은 상원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국가원수 탄핵 사례는 없다.

실제 가결된 대통령 탄핵 사례는 주로 남미에 몰려 있다. 부패혐의가 탄핵 사유가 된 경우가 많다. 브라질은 1992년 부정축재 혐의를 받던 페르난두 콜로르 지멜루 전 대통령을 탄핵한 경험이 있다. 1993년 베네수엘라의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와 1997년 에콰도르의 압달라 부카람, 2000년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등이 부패비리로 탄핵된 대표적인 수장들이다. 에콰도르의 루시오 구테헤스(2005) 등 정치적 문제로 탄핵된 경우도 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압두라만 와히드 전 대통령이 정치적 무능과 부패연루 의혹으로 탄핵된 사례가 있다.

한국 헌정사에서는 1985년 10월 유태홍 당시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결의안 발의가 최초의 탄핵사건이다. 결의안은 국회에서 부결됐다. 이후 대법관·검찰총장·검사·장관 등에 대한 탄핵소추결의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회에서 의결돼 헌법재판소 심판까지 간 최초의 사건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었다. 헌재에서 기각됐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