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입장 표명이 도움” 재판관 권유에도… 박근혜 대통령 끝내 불출석

입력 2017-03-10 17:43 수정 2017-03-10 18:39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억이 남다를 것입니다. 문제의 7시간 동안 어디 있었는지, 어떤 업무를 봤는지 시각별로 밝혀주십시오.”

국회 소추위원 측과 박 전대통령 측의 표정은 지난해 12월 22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첫 준비기일에서부터 엇갈렸다. 이진성 재판관은 이날 재판 막바지에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남김없이 제출해 달라”고 했다. 7시간 논란을 적극 규명하겠다는 의지에 첫날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올 1월 10일 세월호 사고 관련 첫 지시를 오전 10시15분에 했다는 내용 등의 행적 자료를 냈지만 헌재는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3일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이 열린 후 재판 초기 주요 증인들의 불출석이 이어졌다. 2차 변론에선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불출석했고, 3차 변론에선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모두 불출석했다. 최씨 등은 결국 증인으로 나왔지만 이 전 비서관, 안 전 비서관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같은 달 23일 증인 39명을 새로 신청, 변론 지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한철 당시 헌재소장은 같은 달 25일 “3월 13일 전 선고해야 된다”는 작심 발언을 했다. 박 전 대통령 측 대리인은 집단사퇴를 시사하며 반발했다.

박 전 소장 퇴임 후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에서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1일 10차 변론에서 “탄핵심판이 전 세계 사법 역사상 비웃음을 살 재판으로 남을까 두렵다”며 비판했다. 국정농단 사태는 최씨와 고영태씨의 불륜관계가 발단이라며 탄핵심판을 치정사건으로 몰아갔다.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을 재판에서 직접 재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달 20일 15차 변론에서 녹음파일은 핵심과 관련 없다며 검증신청 등을 기각했다.

박 전 대통령 측 대리인으로 합류한 김평우 변호사의 막말 논란도 15차 변론에서 불거졌다. 그는 이 권한대행이 다음 기일에 변론을 하라고 하자 “왜 헌법재판관씩이나 하냐”며 고함을 질렀다. 16차 변론에서는 1시간35분 동안 장광설을 펼치며 강일원 재판관에게 “국회 측 수석대리인이냐”고 면박을 줬다.

지난달 27일 최종변론에서는 박 전 대통령 측 대리인 15명이 4시간40여분간 마라톤 변론을 펼쳤다. 박 전 대통령은 끝내 헌재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권한대행은 앞서 15차 변론에서 “직접 출석해 입장을 표명하는 게 피청구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권유했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