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법개혁 움직임 제동’ 논란

입력 2017-03-10 00:40
대통령 탄핵심판 정국 와중에 대법원은 사법개혁 요구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 했다는 의혹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사법부 독립과 대법원 중심의 법관 인사 시스템 개선 등을 주제로 한 일선 판사들의 학술대회를 축소시키려 하고, 이에 불응한 판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게 논란의 요지다.

대법원은 9일 고영한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주재로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연 뒤 “법관 인사발령 의혹과 관련해 진상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객관적·중립적 기구를 통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사를 벌이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법원 내 대표적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지난달 9일부터 전국 법관 2900여명을 상대로 ‘사법독립과 법관인사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연구회는 500여명의 판사로부터 익명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이달 25일 설문조사 발표가 예정된 상황에서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연구회 소속 L판사에게 학술대회 축소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L판사가 이에 반발해 사표 제출 의사를 밝히자 법원행정처로 발령이 났던 인사가 돌연 취소되고 원소속인 수도권 법원으로 돌려보내졌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대법원이 “법원행정처가 해당 판사에게 연구회 활동과 관련해 어떠한 지시를 한 적이 없고 본인이 원해서 복귀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법원 내부 게시판에는 대법원 측에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선 판사회의 소집 움직임도 확산되는 중이다.

1박2일의 연례 행사인 이날 법원장회의 안건도 당초 사법행정 현황과 재판 제도 개선 방안 등 위주였으나 법관 동요가 심해지자 해당 안건을 추가로 상정해 집중 논의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혹이 확산돼 최대한 신속·공정하게 진상을 규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