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광야길로 돌아가라

입력 2017-03-11 00:03

사순절이 지난 1일부터 시작됐습니다. 사순절은 부활절 전까지 여섯 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을 말합니다. 크리스천들은 이 절기에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며 금식과 기도 등을 통해 신앙을 돌아봅니다. 초기의 사순절은 세례 받을 준비를 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세례 받을 자들은 금식과 기도를 하며 이 시기를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40시간을 지켰습니다. 예수님이 부활 전 무덤에서 머문 시간입니다.

사순절 기간 크리스천들은 개인이 바라는 것과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집중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기억하고 묵묵히 제자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오늘 본문에는 광야 길을 가는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이 나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에 들어가기 위해 지나간 광야에서 그들을 연단시키셨습니다. 이 시간이 없었다면 그들은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늘날 크리스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크리스천들은 사순절이라는 광야의 시간 동안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하나님의 백성이 되기 힘듭니다.

출애굽 당시 애굽에서 가나안까지는 직선으로 걸어갈 경우 한 달이면 충분히 도착할 거리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들을 40년 동안 돌아가게 하셨습니다. 이 기간에 하나님은 그들을 먹이고 돌보셔야 했습니다. 그 수고를 감내하면서도 왜 그들을 돌아가게 하셨을까요. 하나님은 그들이 아직 가나안에 들어갈 준비가 안 됐음을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가나안에는 이미 블레셋 족속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올 경우 싸울 준비가 돼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렇지 않았죠. 그들은 노예근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애굽에서 오랜 기간 노예로 생활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곧바로 가나안 족속들을 마주쳤다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또 다시 굴복하고 복종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 노예근성을 없애기 위해 40년간 훈련을 시키신 겁니다.

훈련을 시킨 두 번째 이유는 애굽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출애굽 초기 애굽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의지할 곳이었습니다. 그곳에 먹을 것과 입을 것, 머물 곳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애굽을 내려놓기 힘들었을 겁니다. 하나님은 이를 아시고 광야에서의 훈련을 통해 그들 마음속에 애굽을 지우신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돌아가는 길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주위를 보십시오. 빨리 성과를 내기 위해 각종 학원에는 속성반과 단기집중 코스가 마련돼 있습니다. ‘부자가 되는 지름길’ ‘내 집 마련 지름길’ ‘좋은 아빠가 되는 지름길’ 등 각 분야에서 빨리 가는 길을 소개하는 책자들도 많습니다. 현대인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40년간 훈련시킨 하나님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훈련이 없다면 온전한 신앙인으로 설 수 없습니다. 예수님도 훈련을 받으셨습니다. 공생애를 시작하실 때 40일간 금식하며 기도하셨고, 마귀의 시험에 말씀으로 대적하시며 이겨내셨습니다.

사순절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훈련의 기회임을 깨닫고,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는 방법을 연마하시기 바랍니다.

원인섭 목사(서울 현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