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대학정원 감축 정책을 전환했다. 학생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대학은 자동적으로 도태되는 시스템이다. 교육부가 ‘갑질’한다는 등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감축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교육부 폐지론이 불거진 마당에 대학들과 각 세우지 말고 차기 정부로 공을 넘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곧 들이닥칠 학령인구 절벽에 소규모 지방대나 전문대의 생존이 더 팍팍해졌다.
교육부는 ‘2주기 대학 구조개혁 기본계획’을 9일 발표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3개 주기에 걸쳐 대학정원 감축 계획을 세워 놨다. 1주기인 2014∼2016년 4만명, 2주기 2017∼2019년 5만명, 3주기 2020∼2022년 7만명 등 총 16만명을 줄일 계획이다.
2주기 평가의 특징은 대학 자율성 강화다. 1주기 때는 A∼E등급으로 구분해 A등급을 뺀 나머지 대학에 정원 감축을 요구했다. 감축률은 B등급 4%, C등급 7%, D등급 10%, E등급 15%였다. 우수한 대학도 정원을 줄이는 일종의 고통분담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왜 잘 가르치는 곳까지 정원을 줄여야 하는가”라는 반발이 강했다. 특히 서울권 정원이 줄어들자 수험생과 학부모 반발도 적지 않았다.
2주기 평가는 1단계 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과 ‘등급부여대학’으로 구분한다. 일단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면 정원 의무 감축은 면제다. 등급부여대학은 2단계 평가를 받는다. 일종의 패자부활전인데 여기서도 결과가 나쁜 곳은 X∼Z등급을 받는다. Y, Z대학은 부실 대학으로 간주해 재정지원제한 등 제재를 받게 된다. Z등급 중에는 한계대학을 골라 재정지원을 전면 제한하는 등 퇴출을 유도한다.
교육부는 “대학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자율개선대학 규모다. 자율성이 주어지는 대학은 50∼80% 규모로 예측된다. 비율이 높을수록 정부가 구조조정을 시장 원리에 맡기겠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평가를 해봐야 규모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차기 정부로 판단을 넘긴 것이다.
대학 자율이 강화되면서 지방대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수도권과 지방을 권역으로 나눌 생각이다. 하지만 학령인구 절벽이 눈앞이다. 대학입학 연령 인구가 2017년 52만734명, 2018년 51만9857명, 2019년 50만6286명, 2020년 47만812명, 2021년 42만7566명, 2022년 41만960명, 2023년 39만8157명으로 뚝뚝 떨어진다. 불과 6년 새 50만명대에서 30만명대로 줄어든다.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율적인 정원 감축을 유도할 생각이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먼저 대학 통폐합을 유도하기로 했다. 학령인구가 급감해 위기에 몰린 대학들이 통폐합에 뛰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종전에도 통폐합을 적극 유도해 왔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부실대학은 더 강력하게 퇴출을 유도할 생각이다. 하지만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재정지원제한 등 1주기 때와 달라진 건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부실대학 퇴출 통로를 열어주는 대학구조개혁법이 필요한데 국회 벽을 넘기 쉽지 않다”며 “학부 정원을 대학원으로 옮기는 방안 등 다양한 수단이 동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정원 감축’ 대학 자율에 맡긴다… 통폐합 유도
입력 2017-03-10 00:00